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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Dec 21. 2016

12월이 1월에게 보내는 편지

미안함과 고마움, 싶음과 견딤



"행복하셨습니까,

더 많이 사랑하셨는지요?”

12월이 1월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누구나 12월 31일과 1월 1일엔 남다른 의미를 두기 마련입니다.

아쉬움이나  후회가 12월 31일이라면, 설렘과 희망의 1월 1일이지요.

가는 해의 비움과 오는 해의 채움을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저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여느 때와 똑같이 담담한 연말연시를 보내곤 합니다.

그건 일종의 도망일 수 있지만 절실할수록 후회가 크기 때문일 겁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법정스님의 글이 제법 위안이 되었지요.

 


새해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요?

영원히 새 것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헌 것도 없는 법이고요.

그러므로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 다시 말해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황동규 시인이 말한 홀로움이란 외로움과 홀로 있음이 겹쳐 빚음을 말하지요.

때때로 그 정박하지 않는 홀로움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덜 섭섭할 것 같습니다.

그리움도 즐기면 행복해질 때가 있으니까요.

누구나 쓸쓸함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러나 많이 외롭지 말기로 해요.



어느 대학 교수가 강의실에 커다란 양동이를 들여놓고 퀴즈를 냈습니다.

그 안에 큰 돌멩이들을 가득 채우고 학생들에게 물었지요.

“통이 가득 찼는가?” 학생들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그다음 작은 돌멩이를 큰 돌의 틈 사이로 부었지요.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통이 가득 찼는가?” 이번엔 학생들이 속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시 틈 사이로 모래를 부었고 그다음엔 물을 부어 양동이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틈은 늘 있기에 채우려 들면 인생 또한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 통 속에 큰 돌멩이를 먼저 넣지 않았다면 다른 것을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스티븐 코비의「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의 한 대목입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건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다릅니다.

다시 한번 서게 된 스타트 라인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스티븐 코비의 말처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 (The Bucket List)는 각기 다른 종류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병실에서 알게 되어 남은 생을 함께 하게 됩니다.

각각 시한부 생을 선고받은 두 사람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버킷 리스트)을 작성하고 하나씩 해나가지요.

저는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20대(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50가지> 같은 유형의 책들에 반감을 가졌었습니다.

중요한 건 '나'입니다.

누구나 20대나 30대가 되면 그 책에 써있는 50가지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버킷 리스트는 많은 공감을 주었어요.

주인공 카터(모건 프리먼)가 에드워드(잭 니콜슨)에게 묻습니다.

“자네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는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리고 자문했습니다.

약간의 항심(抗心)이 생기긴 했지만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울림은 변함없는 진리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카터는 죽기 직전에 에드워드에게 편지를 남깁니다.

“자네 인생의 기쁨을 찾아가게”

과연 내 인생의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알아볼 일입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하듯, 싶음과 견딤도 함께 하는 거라고요.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싶음은 견딤과 손을 잡고 오는 것 아닐까요?



2017년은 단순하고 고요히,

아직 살아보지 못한 느림에 발을 담그고 바람의 살갗에 종아리를 내주고 싶습니다.


물음표가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느낌표가 많고, 어떤 이는 말 줄임표가 많은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365조각으로 짜는 2017년이라는 365조각의 퀼트가 환하고 따뜻한 색깔로 완성되시길 바랍니다.


‘사랑과 행복’

오늘의 마침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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