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도시락이 뭐길래

엄마는 처음이라서

by 강알리안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첫 소풍을 갔다. 소풍 재밌게 다녀와가 끝인 줄 알았던 무신경한 워킹맘인 나한테 소풍도시락은 신세계였다. 딸 학부모 반모임에서 소풍도시락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소풍도시락 준비를 위한 재료를 10만 원어치 샀다는 엄마이야기에 '잉 이건 무슨 소리지' 하면서 의아했다. 그런데 둘째를 가진 엄마들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들 한다면서 여자애들은 이쁜 걸 사줘야 한다고 했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본 순간 '뜨아' 소리가 절로 났다. 세상에 솜씨 좋은 엄마들이 너무 많았다. '나 말고 다들 이렇게 해 줬던 거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딸과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친분 있는 엄마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이쁜 걸 조금씩은 해 줬다고 했다.


'헉 지금껏 김밥집 김밥을 사서 도시락통에 넣어준 게 전부였는데... 나만 그래왔던 거'


이후 딸한테 이쁜 도시락 같은 거 해주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딸은 강력하게 "응"이라고 했다.


"딸 네가 그런 걸 원한다는 걸 몰랐어. 이번에 엄마가 한번 도전해 볼게"라고 말했다.


이후 난간이 시작됐다. 예쁜 도시락은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김펀치부터 모양내기까지 필요한 건 왜 이렇게 많은지... 이쁜 모양들은 왜 이리 많은지... 대체 뭘 해 줘야 그나마 쉽고 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검색해 볼수록 보는 눈은 높아지고 욕심만 많아졌다. 다만 보는 것과 할 수 있는 게 일치하지 않았다. '현실을 인정하자. 그나마 쉬워 보이고 사 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걸로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밥도 처음 싸 보니 미리 연습까지 했다. 딸한테도 몇 번이나 일렀다.


"딸 엄마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네가 원하는 모양이 아닐 수 있어.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게"


소풍 전날... 도시락에 넣을 음식들 연습도 해 보고 재료들도 미리 씻어두고 잘라두고 준비했다. 다른 엄마들보다 손이 느릴 거 같으니 미리 많은 걸 준비했다.


대망의 소풍날, 새벽 4시 30분에 알람을 해 두고 김밥을 위한 밥도 미리 예약해 뒀다. 김밥 연습은 해 봤지만 그때는 친정엄마와 함께였다. 뭐든 척척하는 엄마와 달리 엄마 방식으로 하려니 김 굽는 거부터 난간이었다. 김에 불이 붙어서 타 버리고 난리였다. 그래 모 김밥 싸는 거에 이의를 두자. 그나마 안 터질만한 것들을 골라서 도시락통에 담았다. 이후 포켓몬볼이랑 마이멜로디, 헬로우키티 모양내기에 들어갔다. SNS를 그대로 따라 했는데 그리 쉽게 이쁜 모양이 될 리가 있나. 김 붙이는 건 왜 이리 마음대로 안 되는 건지....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완성은 했다. 딸은 헬로키티는 이쁘다고 했다.


다 하고 보니 이쁜 도시락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런저런 과정을 딸과 함께 했다는 것이 의미 있단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는 나한테 딸은 몇 번이나 뽀뽀를 해 줬다.


'딸, 도시락을 싸고 준비하고 그런 과정 자체가 너한테 행복을 줬다면 그걸로 만족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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