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키다리아저씨

등굣길 아이들 안전을 위해 애쓰시는 동네주민

by 강알리안

최근 등하굣길 사고로 초등학생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인지 아이 학교에서도 등하굣길 공사 현장이나 교통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하는 분위기다. 아이 등굣길에 공사현장이 몇 군데 있어 항상 주의를 주고 있다. 여기다 학교가 약간 고지대에 있어 골목을 지나가야 한다. 골목에는 불법주차차량과 지나가는 차량들이 뒤엉켜 항상 복잡하다. 골목이다 보니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고, 펜스를 칠만한 공간도 없다. 저학년들은 대부분 부모와 함께 등교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줬다. 골목 위쪽에서 가게를 하시는 분이 서 계셨다. 가게는 타일, 세라믹 등 화장실 리모델링에 필요한 것을 파는 곳(아이들을 상대하는 가게나 그런 곳이 전혀 아니었다)이었다. 젊은 할아버지쯤 되시는 분인데 그분은 거의 매일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가게 앞에 계셨다. 그냥 서 계시나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가게 안에서 부인쯤으로 보이는 분이 커피를 타서 드리면서 "왜 맨날 그러고 있냐 그러면 누가 상이라도 주냐? 내가 어디 제보라도 할까"라는 말씀을 하셨다. 할아버지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여기 아이들이 다니기 위험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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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아이들 등하굣길에 밖에 계셨던 이유를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등하교를 안전하게 하는지 지켜보고 계셨던 거다. 가끔 아이들이 위험하게 가면 차 지나간다고 옆으로 서라고 말씀도 해 주셨다. 항상 계시길래 별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갑자기 그분 뒤에서 광채가 비치는 느낌이었다.


손주뻘되는 아이들을 위해 하루도 어김없이 거기 계셨던 거구나 싶은 마음에 고마움이 절로 들었다. 구청에 모범시민 신고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내려오는 길에도 그분은 여전히 밖에서 서성거리고 계셨다. 아이들이 거의 다 올라간 시간이었는데 몇 명 늦게 오는 아이들이 지나갈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셨다.


내려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가 돌려졌다. 저런 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계셔서 이 사회가 이렇게 평화롭게 돌아가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선의들이 모여있는 사회라는 생각에 기분이 훈훈해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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