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by 강알리안

3개월에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했다. 불안으로 시작했던 휴직은 오랜만에 나를 돌아봄과 동시에 아쉬움으로 끝났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잊고 있었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회사에 복직을 하면서도 휴직 때의 즐거움 두 가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소설 읽기다. 휴직을 하고 소설을 자주 읽었다. 이전부터 찍어둔 소설 몇 권을 읽다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어릴 때 이후 이렇게 많은 소설을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소설의 세계에 빠졌다.


나이 들어서 책을 읽는 기준은 지식 습득이었다. 책을 살 때도 주로 그런 기준으로 샀다. 그러니 소설은 시간 때우기용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나한테 휴직은 소설 읽기에 즐거움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글쓰기 종류는 다양하고 소설을 쓰는 이들의 스토리텔링은 위대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만들어내는지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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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푹 빠진 중에 읽게 된 책이 '아버지의 해방일지'다. 처음 책이 출간됐을 때부터 이리저리 좋은 평들을 보고 읽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리기 쉽지 않았다. 책 반납날짜에 맞춰 도서관에 가도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서점에서 앞부분을 읽어보고는 더 푹 빠져서 도서관 타이밍을 기다렸다. 결국 복직 때까지 타이밍은 맞지 않았고 복직 후에야 지하철역 도서관예약시스템으로 책을 빌릴 수 있었다.


귀하게 손에 들어온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탐독했다. 빨치산 아버지를 둔 딸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3일간 벌어진 일들을 다룬다. 실제 작가가 빨치산 아버지를 뒀고 그런 부분이 많이 반영된 자전적 소설이다. 서점에서 앞부분을 봤을 때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블랙코미디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보고 있으면 픽 웃게 하는 부분들이 많다. 책 마지막장을 넘기고는 훈훈했다.


암울한 시대에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고 인간냄새 풀풀 나는 소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나도 이런 생각들이 들까 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읽고 나면 좌우를 떠나서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고상욱 씨처럼 사는 인생도 괜찮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연좌제에 묶여 있었던 가족들과 딸인 아리의 삶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도 마지막에 아버지를 이해하며 감사하다고 한다. 마지막 대목에서 아버지 유골을 다 뿌리고 아리가 아버지 감사합니다라고 할 때 가슴속이 뜨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본문 중-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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