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by 강알리안

2년 전쯤 갑자기 시간이 좀 생겨 그동안 미뤄뒀던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그때 주로 읽은 책들이 한국 작가 소설이었다. 처음에 시작은 조정래 작가의 최신작들이었다. 거의 다 읽고 나니 다른 소설을 좀 봐야겠다 싶어 한국여성 작가들에 눈을 돌렸다. 정세랑 작가도 그때 발견한 작가 중 1명이다. '이만큼 가까이' 소설을 읽고 마음이 동해 '피프티피플'을 읽고 완전 반해서 정 작가 소설은 보이는 대로 읽었다. 그러다 다시 좀 바빠지고 소설 읽을 여유가 없어져 좀 못 보고 살았다. 여유가 좀 생겼음 싶을 때 다시 소설을 읽었다.


처음에 시선으로부터는 줄거리가 가족들이 하와이에 모여서 제사를 지낸다길래 그다지 안 끌렸었다. 최근에 읽은 평에서 시선이 할머니 성함이고 심시선 여사의 삶을 돌아보는 소설이라는 말에 읽고 싶어 졌다. 이후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할 때마다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연이 아닌가 할 때쯤 이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역시나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가 심시선 여사의 글 방송에서 한 말들과 함 분주하게 전개된다. 심시선 여사의 현대사와 뒤엉켜 있는 삶이 뒤로 갈수록 잘 드러난다. 어두울 수 있는 과거사를 심시선 여사의 삶에 의지와 함께 유쾌하게 풀어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심시선 여사의 삶도 심시선 여사가 남긴 가족들도 한 명 한 명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첫째 딸이 하와이에서 훌라를 배우면서 훌라 강사에게 듣는 하와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걸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줬다.


"얼마나 우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가 예시를 들어드릴게요. 바다 건너 사업가라는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 전통요리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해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로컬들은 그 요리 이름을 간판에도 쓸 수 없고 메뉴에도 쓸 수 없어요. 바보 같은 일이죠? 그런데 그 사업은 또 망해버렸어… 아무 수습이 안 돼요. 매번 외부인들의 개입으로 우리 문화는 잠식당해 가고, 로컬들은 점점 살기 어려워져요. 절망적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 후배가 "요즘 이거 읽으세요" 하며 자기는 그 책 좋아해서 집에 두고 한 번씩 꺼내 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시선 여사 가족들이 내 가족 같고 편하기까지 하다했다. 이후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을 다시 읽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저렇게도 책을 읽는구나 싶었다. 이 책을 사고 싶어졌다. 나도 과연 그렇게까지 읽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심시선 여사의 삶과 그들의 가족들이 사랑스러워졌기에 책장에 두고 한 번씩 꺼내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을 대하는 시선이 따뜻한 작품이 좋다. 삶이 좀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잘 견디고 꿋꿋하게 잘 살고 밝고 그런 시선의 작품들이 좋다. 그런 면에서 정세랑 작가의 소설들은 참 좋다. 일단 사람을 대하는 시선이 따뜻하다. 그게 참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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