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란 존재는
리브가 내 집에 온 지도 벌써 만 4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 가느다란 눈동자, 촉촉한 코, 반짝이는 털까지- 품에 안고 마구 비벼대고 싶은 욕망이 불끈 솟구치게 하는 외모를 가진 유혹적인 고양이면서도 자신이 원할 때가 아니면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도도한 녀석! 그래서 난 리브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나 보다.
그렇지만 그런 리브조차도 내 꽁무니를 졸졸 따르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출근 시간이다. 자그마치 한 시간이나 걸리는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일찍부터 준비해야 하는 평일의 아침. 그 분주한 소음이 들려오면 거실 소파에 누워서 쉬던 리브도 괜스레 내가 있는 화장대 주변을 빙그르 맴돈다. 집사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대체 누가 이 여린 고양이가 외로움을 모른다고 말했을까? 단지 말하지 못해 꾹 참고 견딜 뿐.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몰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짐승. 혼자임에 슬퍼하는 것은 인간과 다를 바 없다.
야옹-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저것을 두고 현관을 나서자니 가슴이 아프지만, 생계가 달린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것. 나직한 목소리로 ‘리브, 잘 있어.’를 속삭이고 문을 닫는다. 또랑또랑하게 커진 눈망울에 마음이 저민다.
기나긴 차들의 행렬을 빠져나와 사무실에 도착하여 벽돌처럼 무거운 가방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보송한 물건은 리브가 늘 가지고 놀던 작은 쥐돌이 인형 하나. 입으로 물고 뜯던 흔적이 가득한 그 조그마한 인형을 내 가방 안에 남몰래 넣었을 고양이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어느새 나는 눈가가 촉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