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서글프디 서글픈 어린 품종묘와의 만남
나는 벌러덩 누워있는 걸 좋아해.
헝겊 인형, 랙돌이거든.
내가 랙돌을 입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첫째냥을 가족으로 맞이한 이후로 알게 된 생명의
무게, 특히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란 만고 불변의 진리는 나에게 입양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뼈아픈 가르침을 일깨웠다. 또한 치즈냥과 함께 살면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들- 하락하는 수면의 질, 민들레 홀씨처럼 집안에 날리는 털들, 사하라로 바닥을 변신시키는 모래, 때로 물리고 긁히는 전투적인 일상 등이 둘째냥은 없다는 나의 다짐을 더욱 굳건히 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리브에 대한 내 사랑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문제들이었지만 말이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 품종묘가 태어나는 서글픈 메커니즘을 알게 된 순간부터 우리 집에 품종묘, 그것도 어린 그 녀석이 들어오는 일이란 아마도 0에 수렴하는 까마득한 가능성이었을 터-
그럼에도 인연이란 알 수 없는 법. 나는 둘째냥을 맞이했고, 심지어 상대는 2-3개월령으로 추정되는 어린 랙돌이었다.
이름은 츄츄.
아들은 그 작은 털뭉치를 만나자마자 바로 그렇게 불렀다.
츄츄를 만난 건 보호소에서였다. 그 애는 어린 품종묘임에도 입양이 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여자아이였음에도!
그럴 만도 했다. 귀 진드기에 눈병 정도는 당연했다. 엉키고 떡진 털... 진료는 받아본 적 없지만 설사를 하고 있어 건강 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직원은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 애는 비좁은 케이지 안의 네모난 두부 모래 화장실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놀랍게도 사료 대신 두부 모래를 와그작 씹어 먹기도 했다. 그 작은 몸으로 지금껏 대체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공고를 보고 안락사가 안타까워 찾아갔음에도 막상 아이의 상태를 보고는 입양을 주저한 우리 부부였다. 혹시라도 츄츄가 무지개별로 떠난다면 어린 아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돼서였다.
그렇게 서글픈 마음만 끌어안고 보호소를 나오려는 우리 가족을 보고, 츄츄는 갑자기 무기력했던 제 몸을 일으키더니 케이지에서 폴짝폴짝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제발 살려달라는 그 비명을. 아들은 내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츄츄를 데리고 가자고-
그렇게 병들고 지친, 어린 랙돌은 우리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