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너와 나, 유년의 기억
리브와 츄츄, 첫째냥과 둘째냥의 합사는 정석대로 진행되었다. 각자의 공간에 분리하고 서서히 체취부터 존재를 인식케 하는 방식으로- 덕분에 지금은 종종 아웅다웅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냥자매가 되었다.
처음 츄츄에게 주어진 공간은 과거에 자신이 생활하던 케이지보다 훨씬 넓은 방이었다. 이전보다 더 큰 먹이 그릇, 더 큰 화장실, 그리고 여태껏 사용해 본 적 없던 쿠션이 새로 놓였음에도 한없이 어린 털뭉치는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한지 자꾸만 구석으로 또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더니 새벽녘 갑자기 이전에 쓰던 조그만 두부모래 화장실 안에 파고들어 잠이 들었다. 때로는 그것을 오독오독 씹어먹기도 하면서-
문득 나는 그 모습에서 가슴 시리던 나의 유년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6학년, 엄마도 아빠도 나를 서로 맡지 않겠다고 싸우며 그럼 그냥 고아원에 보내버리자고 꽥 고함치던 밤의 두려움. 그날 나는 작은방에서 문을 꼭 닫고 오들오들 떨며 당장에라도 낯선 곳에 내동댕이쳐질 것만 같아 숨죽여 울었다.
아마 저 어린 고양이도 지금 제 어미도 아빠도 잃고 생전 처음 가보는 어딘가를 몇 군데나 전전하며 병들고 지친 몸으로 여기까지 온 것일 테지. 엄마의 얼굴조차 잊었을지 몰라, 지금의 나처럼.
햇살이 좋은 날이면 창가에서 식빵을 굽는 리브와 다르게- 츄츄는 바람이 소슬한 날, 나뭇잎 스치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츄츄 너에게는 뽀얀 털 속에 숨겨진 가슴 깊은 곳 바람결에 씻어내고픈 이야기가 많아서는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