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가가 되려 하세요?
최근 무수히 많은 작가 지망생을 봅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요. 아마도 이곳이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라는 특수성을 띄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후, 저는 늘 머릿속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작가’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아직도 명확하게 알진 못하지만, 훗날 내가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또 누군가에게 왜 이 길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뭐라고 답할까.
그렇다면 전 망설임 없이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부캐를 떠안고 살아갑니다. 제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본캐를 고르라 한다면 당연히 ‘엄마’라고- 그렇습니다. 마흔 먹은 아줌마로 외동아들 키우는 모성애 불타는 여성인 나, 이게 저의 본질적 정체성입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만 해도 나는 모성애 따위는 없어- 라고 외치며 그 흔한 태담 한 번 안 해주던 임신부이던 제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기나긴 진통을 못 이기고 결국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를 본 순간, 저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그저 ‘엄마가 다 미안해, 흑흑.‘만 외쳤던 사람입니다. 아가씨일 때의 기억은 아기와 눈을 맞춘 그 순간, 전생의 그것처럼 휘발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건 참 쉽지가 않네요. 정신적으로도 굳건하고, 또 물질적으로도 뒷받침이 넉넉하며, 시간적으로도 여유로운- 아들과 저는 독립된 개체이기에 모든 사정을 다 쓸 수는 없지만, 엄마로서 저는 생존하기 위해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하며 살아내야 할 이유가 백만 가지는 더 넘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캐에 대해 계속 고민했습니다. 사실 ‘직업’이라고 명명된 부캐가 없는 건 아니었거든요. 저는 1n년차 중등 국어 교사이기도 합니다. 교사로서 사는 삶도 의미 있고, 행복하고, ‘나’라는 인간의 한 줄기를 성장케 하죠. 하지만 저에겐 본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니, ‘교사’라는 부캐만으로는 본캐의 역할을 다함에 힘이 부쳤습니다.
나의 해묵은 트라우마를 털어내어 자신을 더욱 성숙게 하고, 동시에 금전적 가치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얻을 수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에게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하여-
이게 고작 어린 시절 글짓기 대회 나가서 몇 번 상을 탄 게 전부인 제가 ‘그래, 작가에 도전해 보자!’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과연 저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만으로 딱 마흔. 이제야 알게 된 브런치를 디딤돌 삼아 한번 시작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