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심한집사 Nov 23. 2024

허용하다 / 엄마 없이 자란 엄마의 민낯

허용하다
 1. 허락하여 너그럽게 받아들이다.
 2. 주로 각종 경기에서 막아야 할 것을 막지 못하여 당하다.


 결국 타인일 뿐인 자의 지저분한 요구는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장 간단하고 또 명료한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무런 심적 고통이 없었다는 건 아니었지만-


 내 엄마와 나의 관계가 가족관계증명서에 활자로만 남게 된 이후로 삶은 아주 단순해졌다. 오직 나와 내 가족에게만 집중하면 되었으니까.


 그러나 관계가 정리되었다고 하여 내 무의식에 깊이 남아 있던 상흔마저도 사라진 건 아니었다. 유년 시절, 그녀에 의해 정교하게 세공된 자아는 이제 돌이킬 수 없으리만큼 단단해져서,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졌고- 그 덕분인지 변화를 꾀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한 마디로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 하여 과거 상처투성이였던 자신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아이를 기르며 나는 무수히 많은 순간, 울고 있는 내면의 ‘나’와 직면해야 했다. 그 ‘나’는 예전과 다름없는 어린아이였고, 지금의 나와 같은 엄마를 찾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아주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마침 유아기에 희귀 질환을 앓았기도 했던 아이에게 엄마로부터 상처받았던 내 유년을 투사하고 만 것이다. 그저 사랑만 받고 싶었던 소망의 동아줄을 붙잡고, 나는 아이에게 그런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저 한없이 허용적인 부모가 되고 만 것이다.

이전 10화 모성 / 본능의 발현 혹은 학습의 결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