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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한집사 Oct 14. 2024

당신에게도 고양이가 있나요?

7화. 우울하게 삽니다

“인생에 고양이를 합하면 그 힘은 무한대가 된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리브가 악몽을 꿀 때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해.



 리브와 가족이 되고 세 번에 봄을 더 맞았다.

 그리고 갈수록 짧아지는 봄이 떠난 뒤, 여름이 일상을 장악했다. 이제는 더 이상 ‘장마’가 아닌, ‘우기’라는 일기 아래- 매일 같이 쏟아지는 비로 인해 무엇이든 지나친 더위, 지나친 습도, 더불어 지나친 불쾌감 속에서 나는 리브와 살고 있다. 여전히 우울하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이라 하여 마법처럼 우울증이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작고 연약한 존재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무게, 반복되는 돌봄 노동의 지루함은 치워도 치워도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물의 털처럼 오히려 한숨 나오는 것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와 우울한 공존을 선택했다. 리브가, 그리고 내가 서로의 삶을 장밋빛으로 바꿀 것이란 환상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기 전, 우울했던 삶 그대로를 살기로 했다. 다만, 함께 사는 것. 그뿐이다.  

 나는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틈이 나면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바닥에 뒹구는 리브의 털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한다. 청소 그까짓 것, 좀 게으르게 살면 어떤가? 가끔 털을 뭉쳐 공을 만들어 놀기도 한다.

 리브 역시 자신의 일과가 분명하다. 그녀는 식사를 달라, 함께 자자- 라는 요구 외에는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창가의 해먹에 누워 사람들을 구경하고, 캣타워에 올라 식빵을 굽기도 한다. 혼자 쥐돌이 장난감을 물고 다니며 알 수 없는 보물찾기도 즐긴다.


 이렇게 분리된 삶 속에서도 우리가 함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떠밀려 오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내가 울고 있을 때면 성큼 간격을 허물고 다가와 기꺼이 보드라운 털을 내어주는 고양이가 있기에- 그리고 홀로 잠든 그녀가 또다시 엄마를 잃는 꿈을 꾸는지 낑낑대는 신음을 낼 때면 오직 나만이 그 조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여기 있어.’라고 속삭일 수 있기에-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여전히 비가 그치지 않는 여름.

 우리는 우울한 집사와 우울한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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