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고양이 - 우리 존재는?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양이처럼 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 페르난드 메리 -
생애 첫눈을 본 리브.
네가 더 이상 외롭지 않기를-
코끝을 어지럽히던 도로의 피 냄새가 희미해졌다.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되던 악몽도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끝도 없이 늘기만 하던 캡슐도 이 정도면 적당하다는 주치의의 처방 역시 완성되었다.
비로소 찾아온 그것, 병가의 끝.
오랜만에 달리는 출근길의 교차로는 허무하기 짝이 없게 그대로였다. 차들은 무심히도 쌩쌩 달렸다.
배가 터져가며 죽어간 한 생명의 죽음 따위는 그 누구의 기억 속에 점 하나도 찍지 못했다. 그날 빗줄기를 따라 번져가던 핏물은 아스팔트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하긴, 그 고양이는 내 꿈에서도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니…….
한때 나를 죽음의 공포로까지 몰아넣었던 비극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현장을 목격하자, 의사가 불과 며칠 전 공언했던 나의 우울 안전지대는 규모 8.0의 격동을 일으키는 듯했다. 소멸의 끝은 결국 잊힘인 것일까.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엄마도 아빠도 없이 외톨이로 거리를 헤매던, 우울한 고양이 한 마리. 길냥이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가 보아도 남들보다 짧은 꼬리 탓인지 앙칼진 하악질에 떠밀려 상처만 입고 만다. 그 뒤로 고양이는 자신의 몸을 숨긴 채 어두운 골목에서 홀로 쥐를 사냥하며 숨어 지냈다.
그러다 비가 오는 어느 봄날, 고양이는 서글픔만 한가득 고인 웅덩이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냥이를 발견했다. 처음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빛에 마음을 빼앗긴 고양이는 냥이에게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다가가고… 그러다 그만 작은 고양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차에 무참히 치이고 말았다는 슬픈 결말.
고양이 신의 저주라 믿었더랬지.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날의 사고도, 이어진 악몽도 모두 나와 닮아 우울하기 짝이 없는 어느 고양이가 제발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처절하게 부르짖는 비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그 소리에 이끌려 또 다른 홀로 된 생명을 기꺼이 보듬은 것이리라.
우리는 모두 우울한 존재들이니까.
봄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