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래의 경계선에서 멈추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하기에 아주 제격이다.
우산을 쓰고 개천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우산을 때리는 소리는
소음이 아닌 안정된 리듬처럼 들렸다.
그러던 중 다리밑을 지나가며
우산 속 리듬비트는 끊어지고,
다리 밖 세상의 쏟아지는 빗물로 인해
다리 밑의 마른 바닥은 경계선이 그려졌다.
경계선의 발견,
이 찰나의 순간, 한 폭의 장면에서도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
그것은 어쩌면 가족, 또는 조직..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과
그들이 내게 마음을 주는 사랑과도 같다.
하지만 누구나 때가 되면
밖으로 나가 비를 맞아야 한다.
비를 맞으며 울타리 밖 세상을 마주하고,
자신만의 나침반과 속도계로 길을 걸으며,
비로소 비를 피하는 법을 배우고,
나아가 비를 즐기는 법을 깨닫게 된다.
그날은 고민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빗속에서 만난 이 순간을 통해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잊고 지내던 구성원의 사랑이 떠올랐고,
다시금 비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참고 : 심리학에서 말하는 '안전지대(Safe Zone)'
심리학에서는
개인이 편안함과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공간이나 관계를 ‘안전지대(Safe Zone)’라고 부른다.
이 곳에서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존재할 수 있고,
감정을 회복하거나 방향을 재정비할 수 있는 회복의 장(場)이 된다.
- 어린 시절엔 가족,
- 어른이 되면 친구, 공동체, 연인, 혹은 자신만의 시간,
- 때로는 자신에게 특별한 물리적 공간이 안전지대가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안전지대에만 머무르면,
성장은 멈추고,
스스로를 밖으로 내보낼 용기가 약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비를 피해 잠시 멈추되,
결국 밖으로 나가 비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성장이고, 용기이며, 삶이라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비를 피할 곳이 있다는 건 다행이고,
다시 나설 용기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