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잃어버린 시선에 관하여
우리는 산책 중
여러 풍경을 눈에 담는다고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산책로를 거닐던 사람들,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
신호를 기다리는 번화가의 인파 속에서도..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떨군 채 걸어간다.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자고 하던데..
아쉽게도 대부분 손바닥 위 작은 창 안에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술의 진보를 만들어간다는
개발자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종종 그 진보가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편리함은 딱 그것만큼의 능력을 앗아가고,
간편한 즐거움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차단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세상은 그러하기에
사색하는 능력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나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었는지,
그리고 그 시선은,
과연 나의 마음까지 함께하고 있었는지..
※ 참고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외부의 자극에 집중하지 않고
온전히 내적인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뇌영역의 네트워크를 의미하는데,
이를테면 멍 때리고, 산책을 하거나,
또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볼 때
이 영역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이 때 작용하는 활동들은 아래와 같다.
- 자기성찰
- 과거의 회상과 감정 정리
- 새로운 아이디어 발상 등
손쉬운 즐거움과 함께, 지속적인 외부자극을 통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활성화 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사색의 능력은
어쩌면 DMN 상태의 침묵에 숨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