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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Apr 05. 2024

제발 ㅇ을 빼세요

완급의 멋

"자자, 물을 당겨온 다음에 한 손을 이렇게 쭉 뻗고 글라이딩을 하세요!"

자유형 수업시간에 강사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시며

왼팔을 쭉 뻗으신다.

어미 오리의 시범을 따라 하는 새끼 오리처럼 수강생들이 열심히 흉내를 낸다.

"아유, 왜 나는 선생님처럼 안 되는 거야?

앞으로 나가지를 않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60대의 어르신께서 배우신 대로 팔을 뻗어보지만, 속도가 나질 않는다.

그럴 수밖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방법 뒤에 가려진 숨은 비기는

바로 '힘을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세를 제대로 배우면서 해야 하는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회원님,  빼세요'가 아닐까 싶다.

'힘이 있는데 어떻게 힘을 빼나요?'

'힘이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지 않나요?'

농담 삼아, 불평 삼아 선생님께 되물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힘을 빼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힘을 주어야 할 때 주고, 빼야 할 때 뺄 줄 아는

'힘의 타이밍'을 아는 것일 테다.

그리고 이것은 운동뿐만 아니라

매일을 살아가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되더라.




해내고 싶은 무언가를 할 때,

특히나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을 때 힘이 들어간다.

이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욕심은 긴장을 부르고, 긴장은 경직을 부른다.

경직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잔뜩 움츠리게 만든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결국 움츠러든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그 힘 때문에 100보 나갈 수 있는 것을 50보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한 사람이 가진 '힘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퐁퐁퐁 끊임없이 솟아나지 않는 것을

매번 자꾸 끌어다 쓰기만 하면, 힘이라는 샘물은 어느 날 희미한 흔적만 남고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그것은 어느 날 '번아웃'이라는 얼굴을 하고 나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이 보일 듯 다 써버리기 전에 조절하는 법,

힘을 주기보다 잘 빼는 법을 더 열심히 배워야 한다.


'힘이 왜 들어갔는지 생각하기'

정말 필요한 곳에 적절히 잘 쓰기 위해서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알아야 바꿀 수 있다.

왜 몸과 마음뻣뻣해졌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나의 내면에 대한 메타인지라고 해두자.

잘 해내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을 조금만 내려두고,

유한한 내 힘을 아껴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진짜 힘을 제대로 주어야 할 때  줄 수 있으니!


 




오늘 끄적여보다 생각한다.

내가 쓴 글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건 아닐까..

화려한 귀걸이와 목걸이와 팔찌와 반지를

한꺼번에 잔뜩 두른 'too much' 


볕 좋은 날 버스 정류장에 앉아

도란도란 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는 것 같이 편안한, 

오랜 친구 같은 글을

힘 빼고 쓰고 싶다.

힘 빼고 순간순간을 더욱 음미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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