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가끔은 울어도 된다

by 심바

시즌 내내 애청했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어쩌다 사장'.

시즌1과 2는 배우 차태현과 조인성이 국내 지방에 있는 시골슈퍼를 맡아 운영하는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처음엔 물건의 가격도, 위치도 잘 몰라 허둥대던 그들은 이내 매일 비슷한 일상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그리고 시골 사람들의 일상에도 금방 녹아들어 갔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슈퍼는 그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었다. 자주 오지 않는 버스 시간표를 늘 묻고 슈퍼에서 앉아 기다리는 어르신, 몇십 년을 그곳에서 함께 자란 소꿉친구들, 등굣길과 하굣길을 함께 하는 동네 학생들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게의 자영업이 그렇듯 마음 놓고 제대로 하루 쉴 수조차 없는 슈퍼 사장님에게 꿀 같은 휴가를 선물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 프로그램의 따뜻한 매력에 풍덩 빠져들었다.


시즌3에서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간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한 한인마켓.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교민들의 삶과 애환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위로해 주었다. 김밥을 말고 식혜를 담그고 손님을 위해 라면을 끓이는 출연진들의 비슷한 하루하루에 스며든 기억.






마지막화에는 차태현과 조인성 배우의 친한 지인인 가수 홍경민이 고별파티 손님으로 출연했다. 촬영기간 동안 마트에 자주 와주셨던 손님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고, 그의 노래가 그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한국에서 받아온 사연이 담긴 신청곡을 불러드리겠다고 하며 담담히 노래를 시작했다.



집에 오는 길이

집에 오는 길이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쓸쓸해

너무 쓸쓸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도 가끔은 울어도 된다

사람들이 볼까 봐

눈물을 들릴까 봐

누가 날 흉볼까 고갤 숙이고

아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 봐

혼자 원 없이 울고 싶어서

맞아 그래 나도 가끔은 울어도 된다

맞아 그래

나도 웃고 말하고 화도 내요

나도 애교 부리고 실수해요

마음이 아프면 울어요

나도 울 수 있어요 나도 울 수 있어요

나도 맨날 틀리고 후회해요

나도 너무 떨리고 무서워요

다 큰 어른도 울어요

상처를 받아요 상처를 받는다구요


<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 봐 / 중식이 밴드 >



술을 마신 날이면 주차장에서 양껏 듣고 집에 들어간다는 차태현을 위해 그의 매니저가 부탁을 한 노래였다.

그는 이내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훔쳤다. 나도 같이 울었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우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마음인지 어쩌면 알 것도 같아서.

어쩌다 사장은 예능인데 이렇게 나를 펑펑 울리나.






... "저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노래 한 곡을 듣고 집에 들어가요." 워킹맘은 회사에서 퇴근해 다시 집으로 출근한다. 퇴근 후 주차장에서 노래 한 곡을 듣고 들어간다는 어느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코끝이 시큰해졌다. 누군가에겐 아무런 감흥도 없는 말일 수 있지만 절절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나로선 눈물이 날 만큼 서글픈 일상이다.

< 자기만의 책방 / 이유미 >


요즘 몰아서 읽고 있는 이유미 작가님의 책에서 저 구절을 보자마자 흥얼거렸다. 집에 오는 길이, 집에 오는 길이,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쓸쓸해... 방송에서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주었던 차태현 배우의 눈물이 다시 생각나고 이내 코끝이 시큰해진다. 무조건반사다.



퇴근하기 전에 노래 한 곡에 밖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다 담아 쓸어 보내는 마음.

하루 내내 내 마음을 힘들게 했던 말과 사람과 시간들은 집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담긴 약 3분.

물에 젖은 종이 같은 지친 나를 잠시 다독여주는, 내가 나를 안아주는 시간.

하루쯤은 노래 한 곡 틀어놓고 속 시원하게 울어버리는 용기를 내어보자.


어른도 가끔은 울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