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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Dec 07. 2023

다 네 생각해서 하는 얘긴데

충고와 지적 사이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올 해로 17년째다.

아마 누구나 그러하듯

마치 부서의 모든 일을 내가 혼자 하는 양

불타오르듯 일에 전념했던 때가 있었다.

의지가 능력을 앞섰던 그때의 나는

매사에 열심이었고, 매사에 눈치를 보았더랬다.

한글파일을 그냥 첨부하면 될 것을

굳이 스캔을 해서 첨부하는 어마한 짓도 했었지,

덕분에 제법 오랫동안 '스캔녀'라는 별명도 가졌었다.

치기 어린 20대 중반의 신입 사원은

타인과 소통할 줄 모르는,

능력도 안되면서 저만 잘난 갓 태어난 경주마였다.

내가 참 별로인 인간이었다는 것을

몇 년 전에 비로소 깨달았다.

욕심을 내려놓았던 그때가 바로 그 시작점이었다.




회사라는 곳이

평판에서 시작해서 평판으로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물론 실력과 능력으로 뒤집을 수도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옆에서 같이 일하며, '듣었던 것과 다르네!' 할 사람보다

자리에서 안주 옆에 두고 '걔 그렇다던데~' 하는 사람이

확률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더라.

잘 아는 사람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 사람 봐서 아는데 그런 사람 아니라며 손사래도 치고,

생판 모르는 사람의 얘기엔 어쩐지~ 하며 귀를 쫑긋 세운다.

아직도 중립이란 참 어렵다.


어느 날, 잘 아는 사람에 대한 날 선 평가를 듣게 되었다.

그 얘길 듣고 있으니

마치 예전의 내 모습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나도 참 부족했던, 그래서 잘하지 못했던 것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려면 고치면 좋을 점들.

내가 오랜 시간이 지나 깨달았던 점들과

괘를 같이 하는 것들이었기에

그 사람이 적어도 나보다는 조금 더 빨리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도 피어올랐다.


그러려면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그 사람을 아끼고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그 사람에게

'이런 점을 앞으로 고쳐본다면 참 좋을 것 같아.'라고

얘기해 주는 것이 '조언의 정석'일 것이다.

나는 정말 그 사람을 생각해서 해주는 이야기일진대,

나는 그것이 왜 이렇게도 어려울까...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네 생각해서 하는 얘긴데"로 시작하는 일방적 전달이 되는 순간

그 생각은 갈고리 달린 화살촉으로 바뀌어

듣는 이의 가슴에 날아가 꽂힐 것이다.

빼내려 잡아당길수록 더 옭아매는 갈고리처럼 더 깊은 상처를 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17년 동안 들었던 많은 조언과 충고들 중에서

어느 것은 자양분이 되어 나를 튼튼하게 해 주었지만,

어느 것은 갈고리가 되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언을 건네는 것이 참 어렵다.

어떻게 말을 건네야 상대방에게 자양분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입이 자꾸 무거워진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조언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에둘러 비난을 하려는 것인가.

나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돌아보면..

그럴 리가 있나.

그래서 말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마음으로 바란다,

내가 겪왔던 돌아봄의 시간보다 조금 더 짧기를.


언젠가는

상처 주지 않고

상대방에게 좋은 방향을 일러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저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밉지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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