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술 말고
2022년 8월 어느 날.
해가 내리쬐다 못해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륵주륵 나는 한 여름날.
ktx로 서울을 방문하는 멤버들을 위해 서울역을 집합장소로 정했건만, 서울역 뒤편 동네의 카페들은 더운 날씨를 증명하듯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펍에 자리를 잡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또 술이었다.
대학시절 '술동아리'로 불렸던 우리였기에 이번에는 꼭 카페에서 만나자고 다짐했건만 더위 앞에 우리의 다짐은 힘을 잃었다. 한낮부터 맥주잔을 부딪히며 추억 얘기를 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즐거웠고 재밌었다.
졸업 이후에도 연락은 꾸준히 하는 편이었지만 코로나 시기를 정통으로 거치면서 얼굴을 보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일까. 대화가 중간중간 끊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곧 우리가 진짜 할 말이 있지 않냐는 반증이기도 했다. 근황을 묻고 맥주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는 사이 밴드 공연에 대한 이야기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공연하자며 우리를 모았던 깁슨은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합류할 수 없었다. 사실상 이 모임의 불씨를 지핀 사람이었기에 '깁슨 없는 깁슨팀'이냐는 농담이 오갔다.
그럼에도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다른 멤버들에게서도 공연과 합주에 대한 의지가 보였다. 반짝이던 대학생들이 점점 현실 속에 묻혀가는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다들 잠시라도 현실에서 벗어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음악, 밴드, 공연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린 어쩌지? 오늘 모임을 마지막으로 기약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 걸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학교 다닐 때는 언제든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만나면 '어 잠깐 얘기하자!'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일정을 맞추는 것이 큰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게 조금 슬프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다채로운 각자의 삶 속에서 '합주'와 '공연'이라는 키워드로 모일 수 있는 사이라는 게 새삼스러웠다.
취미가 같다는 건 이런 거였다.
4시간 넘게 음악 얘기만 나누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리웠던 느낌.
결론을 내렸다.
시간 맞추기 힘들어도 일단 시작해 보자고.
두 달에 한 번을 보든 반년에 한 번 보든 일단 합주실에 모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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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물론 술을 마셨다.
도원결의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