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원먼스

(사담)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어주세요�

by 심바



원먼스를 결성한 건 깁슨의 역할이었고, 밴드 마스터 포지션을 맡으며 일정을 조율하고 음악적 발전을 위해 쓴 피드백을 아끼지 않았던 건 펜더였다. 분위기를 유들유들하게 풀어준 건 여컬과 남컬, 툭툭 던지는 말투로 긴장감을 풀어준 베이스, 팔이 빠져라 드럼을 치며 합을 맞추려 노력한 드럼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이 팀에서 할 수 있는 포지션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내 특기를 살려보고자 했다.


'기록으로 남겨보자.'





공연 날짜를 대충 정해놓고 나니 연습하면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따로 있었다. 곡이 시작하기 전의 긴장감, 한 곡을 연주하고 나서 오가는 여러 가지 말들, 우리끼리 주고받은 사소한 한마디. 그런 순간들이 그냥 흘러가는 게 아까웠다. 물론 곡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 순간들을 포착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당시의 분위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단순한 기록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우리의 재미있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그것이 다시 동기부여가 되길 바랐고 우리를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었으면 했다. 그래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숏폼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 핸드폰과 집에 굴러다니는 공기계 핸드폰 하나로 모든 것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좋은 화질은 포기했지만 대신 연습 영상이 남았고 쉬는 시간에 농담하는 것, 밴드라서 할 수 있는 장난 같은 것들을 모아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다.)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 영상을 올려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거지?', 이에 대한 대답은 '음악이 취미인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음악으로 소통하는 모습으로 공감대를 얻고 싶다.'였다.



지속가능성.

스무 살 때 처음 알게 된 단어인데, 그 이후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단어 중 하나다. 우리가 그저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연습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서로의 마음을 깊이 알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팀에 속해 있으면서도 제 3자의 시선으로 우리를 보고 나니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모였고 또 나름 음악에도 진심인 사람들인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팀이 지속되었으면 좋겠고 나처럼 다른 멤버들도 '원먼스', 그리고 '직장인 밴드'를 하는 '나 자신'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했다.


영상을 되돌려보면 그 안에는 우리가 합주할 때는 몰랐던 서로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심지어 나도 몰랐던 것들이 편집하기 위해 몇 번이고 돌려보며 알아채는 경우도 많았고 당시에 썰렁 개그를 쳤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던 걸 편집하면서 발굴해 내서 웃긴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연습을 하는 것과 더불어서 그걸 보며 웃고 피드백을 나누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그 과정이 내게는 무척 뿌듯했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들춰볼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은 제법 낭만적인 일인 것 같다. 현실을 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들어가 보면 한 겨울인데도 땀에 흠뻑 젖어 공연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유난히 곡과 내가 맞지 않아 힘들었던 순간들도 다시 보면 부끄러우면서도 '나름 잘했네?' 하며 자화자찬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서른이 넘어서도 같은 추억을 꾸준히 공유하며 여전히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참 좋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 우리는 또 잠시 멈춰 있지만 언젠가 다시 또 모여 연습하고 웃으며 지속가능한 원먼스가 될 거라 믿는다.



*자랑용으로 쇼츠 첨부��*

https://youtu.be/29HdOSu1rKs?si=uXKV65wnjNsybCh

https://youtu.be/aAxmgIpE_Rg?si=gElLAv0rDJ8lc1_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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