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지우개

마침표의 부재

by 심동

너에게 지우개를 쥐어주며,

내가 쓴 사랑이 틀렸다면

말없이 지워달라고 전해본다.


사랑은 정답 없는 주관식 같았다.

오직 너만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답을 써 내려갔다.


때로는 쉼표 없이 서두르기도 했고,

너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 채

물음표로 남겨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내가 틀린 답을 쓰고 있다면,

그저 너의 손에 조용히 지우개를 건네고 싶었다.


사랑은 단번에 완성되는 답안지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고쳐 쓰며

완성해 가는 원고 같았다.


고쳐 쓰는 것조차 사랑이라면,

지우개 자국마저도

우리가 함께 지나온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다시 틀리고,

너를 향해, 다시 써 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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