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도가 밀려올 때, 물살을 타기
한의원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장님들은 대개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가게보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 신호를 제 몸으로 먼저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사장님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이유입니다.
가게는 늘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손님이 늘기도 하고, 직원이 바뀌기도 하죠. 처음 손님이 늘기 시작하면 대개는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구나', '이게 내 진짜 실력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노력의 결실을 기뻐하는 건 좋지만, 문제는 그 확신이 과해질 때 발생합니다. 갑자기 직원을 대폭 늘리고,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고, 고정비를 늘리기 시작합니다. 성공의 관성이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일 들어올 수입을 오늘 지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파도는 반드시 내려가기 마련입니다.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허탈함이 몰려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불안함을 달래려 술에 기대기도 합니다. '옆집에 새로 생긴 가게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에'라며 외부의 탓을 찾기 시작할 때, 사실 사장님의 멘탈은 이미 무너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의원을 하다 보니 저에게는 가게도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입니다.
손님과 직원의 흐름은 파도처럼 오르내립니다. 어떤 날은 거칠게 몸을 덮치고, 어떤 날은 발목만 적시고 지나갑니다. 장사도, 사람도, 모든 일이 그렇지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파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쉽게 절망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들은 파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낮아졌다고 절망하고, 높아졌다고 영원할 거라 착각하는 순간 — 바로 거기서부터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내리막길이 보통은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매출은 당장 나오니 내리막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달에 할부금을 낼 돈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조금씩 망가져 갑니다.
파도가 올라오고 내려오는 근본적인 사이클은 보지 않은 채, 어느 한 지점에 경직되어 그것만이 답이라 생각하는 상태 — 그것은 그 사장님에게도, 파도에게도 모두 무지(無知)의 고통을 줍니다. 그 이외의 것은 겪어보지 못했으니, 자연 재기하는 것도 불가능해집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당장의 숫자에 매몰되어 몸에 잔뜩 힘을 준 채 버티는 것입니다.
파도가 오를 때는 그 흐름에 몸을 싣고, 내려갈 때는 오히려 몸에서 힘을 뺀 채 그대로 있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치 당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할 때, 그것을 의지로만 버티려 하면 쉽게 무너지는 것과 같습니다. '아, 내 몸의 리듬이 지금 이렇구나' 하고 관조하며 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저 흐름을 바라보는 것, '지금은 오르는 중이구나', '지금은 내려가는 중이네' 하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힘을 빼고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몸은 파도의 물결을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그 기억이 있기에 다음 파도가 칠 때 다시 몸을 실을 수 있습니다.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버티는 힘이 아니라 흐름을 읽어 본 기억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긴장을 내려놓으면 더 많은 것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말입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힘을 뺀 '나의 곁'에는 사람도, 운도 더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됩니다.
장사가 무너지는 건 단순히 손님이 줄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원히 잘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의 파도는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나요? 잠시 몸에 힘을 빼고, 저와 함께 그 물살을 고요히 느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