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은 왜 자꾸 불안함을 데리고 올까?

몸은 나아지는데, 마음은 왜 쉬는 것을 불안해할까

수치는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좋아지면 꼭 그 상태가 불안해집니다.



-정제당 끊기

-식단 조절

-잠 조절

-생각과 소모 멈추기

-....


이걸 반복하면 항상 수치는 돌아옵니다. 그리고 몸이 가뿐해졌다고 느끼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뭔가가 저를 뒤에서 강하게 잡아당기는 느낌. 어쩌면 비슷한 걸 겪어보신 분도 있을 거예요. 가장 흔한 사례가 아마 요요현상 아닐까요?



진료실에서도 이런 분들을 자주 봅니다.



긴장 상태에 오래 있던 사람은, 막상 그 긴장이 풀리면 그걸 이상하게 여겨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매일 마시던 사람이 끊거나 줄이면, 처음에는 졸리고 머리가 아픕니다. 그게 카페인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인데도, 졸리고 머리 아픈 느낌을—긴장이 풀어지는 그 느낌을—견디지 못해서 다시 마시기 시작해요. 일주일만 끊으면 훨씬 가뿐해질 수 있는데도, 며칠 사이에 다시 돌아갑니다. 마치 누가 뒤에서 잡고 있는 것처럼요.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볼까요?

피로를 줄이려면 더 일하는 것보다는 잠깐 쉬는 것이 도움이 되죠. 피로는 너무 소모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피로회복을 위해 하는 일은 대부분 커피처럼 잠을 깨우는 일입니다. 아니면 수면의 질을 어지럽히는 늦은 밤의 술이나 간식이거나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중이었습니다. 전날 꿈 하나 없이 잘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부터 뭔가 찝찝합니다. 그래도 좋아요. 몸이 가뿐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일과를 마치고 갑자기 밤 9시쯤 헛헛한 느낌이 옵니다. 오늘 하루 너무 잘 보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상한 건, 잠은 솔솔 오는데 그 건강한 느낌 혹은 공허한 느낌 때문에 저도 모르게 과자를 집고 있었다는 거예요. 진짜 무의식 중에, 별안간.


야 너 여태까지 그 정도 참았으면 됐잖아. 너 오늘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지? 불안하지? 그러니까 배 터지게 먹어봐. 불안하잖아.



그러면서 실제로 있었던 일들과 결합됩니다.


"어우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되나" 하면서 마음이 불안해져요. 정확히 말하면, "이렇게 쉬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몸이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내 몸을 다시 긴장시키는 뭔가를.


그리고 오전에 만났던 사람에 대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오전만해도, 그 일을 겪을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 없었고, 타격도 없었는데 생각이 조금씩 부풉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왜 그랬지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점점 커집니다.


그 사람이 왜 그랬지? 혹시 내가 뭐 잘못했나? 아니야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게 분명해. 큰일났네. 어떻게 해야 하지? 나 더이상 이대로 진행하지 못할 거 같아. 나 정말 힘들어. 아... 나 예전으로 돌아갈래.



아... 나 예전으로 돌아갈래.




그리고 어느새, 다시 원래 있던 긴장 안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잠을 깹니다. 결국 늦잠을 자고, 아 오늘은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 반복됩니다.


이런 식이에요.





생각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납니다.


그런데 현대인은 생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빠릿빠릿하게 일합니다. 이런 사람일수록 이쪽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다시 켜집니다.



왜 몸이 다시 켜지는가. 어떤 신호가 들어오면 어떤 회로가 돌아가는가. 제가 겪은 것을 바탕으로 어떤 측면이 풀렸는지,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은 무엇인지를 종종 풀어보겠습니다.


몸을 끄는 일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자꾸 다시 켜지는 그 회로를 관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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