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 Liber_책을 사랑하는 시간, 공간, 인간
1973년 10월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터진 욤키푸르 전쟁에서 젊은 이스라엘 군인이 전투 중에 두 다리를 잃었다. 심리 치료사를 만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심리 치료사가 다시 만났을 때 군인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서 밝은 모습이었다. 심리 치료사가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청년은 미소 지으며 책 한 권을 건넸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읽고 절망에서 빠져 나왔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 제리 롱(Jerry Long)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 다이빙하다가 사고를 당해 목 아래가 전부 마비되었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그는 책 한 권을 읽고 감명을 받아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롱은 막대기를 입에 물고 타자를 치고 특수하게 고안된 전화기의 도움으로 대학의 심리학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생활한다.
그는 자신에게 희망을 선사한 책의 저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기 삶의 의미와 목표는 ‘충만한 삶’이라고 하면서 그 ‘운명의 날’을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가 인생을 대하는 자신의 신조가 되었다고 썼다. 이어서 롱은 비극적인 사고는 그의 목을 부러뜨렸지만 자기 존재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으며, 큰 시련을 겪으면서 사고 전보다 성숙해진 만큼 자신의 ‘장애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줄’ 거라고 밝혔다.
그는 마흔 가까운 나이에 임상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뛰어난 심리 치료사로서 역경에 처한 이들을 도왔으며, 교수로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렇게 자신의 바람대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
이 두 이야기에 같은 책이 등장한다. 그렇다. 두 다리를 잃은 젊은이와 제리 롱은 같은 책을 읽었다. 두 사람이 읽은 책은 무엇일까? 어떤 책이길래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걸까?
그 책은 바로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다. 빅터 프랭클은 유대계 정신과 의사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2년 반 동안 아우슈비츠를 포함해 4곳의 강제수용소에서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지옥을 견디고 살아남는다. 강제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그는 생사를 넘나든 자신의 이야기와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꾸밈없이 담담한 어조로 기록하여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으로 펴낸다. 이 책은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0권’에 선정되었으며, 2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고 1억 권 넘게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크나큰 역경에 직면한 젊은 군인과 제리 롱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어떻게 읽었을까? 두 사람은 굶주린 사람처럼 막 읽거나 배부른 사람 마냥 대충 읽지 않았다. 프랭클이 혼을 쏟아 글을 썼듯이 두 사람도 간절하게 마음을 다해서 읽었다.
제리 롱은 프랭클에게 보낸 편지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네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통찰력과 깊이’를 얻었다면서 프랭클의 삶, 특히 강제수용소 체험에 자신이 얼마나 깊이 공감했는지 고백했다.
프랭클은 절실한 마음으로 글을 쓰며 다시 살 수 있는 힘을 회복했는데, 독서도 다르지 않다. 저자의 혼이 깃든 책과 독자의 진심이 만날 때 독서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이 과정에서 치유와 정화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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