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

남편, 아내, 그리고 시어머니

by 사이먼 케이

“이로써 서로 부부가 되었음을 공표합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다가가 키스를 한다. 그때 아내의 눈에는 펑펑 우는 시어머니가 들어온다. 살짝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결혼식인 데다 자기 자식이니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신혼여행은 양가 부모님의 허락으로 한 달 이상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이유는 아내로서 착한 며느리로 비취고 싶고 남편도 좋은 사위라는 인상을 더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을 예정이고 아내는 자신의 쇼핑몰을 운영한다. 남편의 아버지는 한 번뿐인 신혼여행인데 한 달은 가야 하지 않냐며 통 크게 보내주기로 했고 아내의 사업은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어느 나라에 있어도 인터넷만 되면 운영 가능하다. 아내는 기회가 닿아 작은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도 냈고 전 세계에 파트너십도 구축해 놨다. 남편의 배려로 그중 한 해외 매장이 있는 나라도 방문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우리 두 사람이 다 일을 좋아하니까 신혼여행 가는 김에 일도 좀 하면 좋지.”


남편과 아내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그래도 신혼여행이니까 즐기고 푹 쉬는 거에 전념하자고.”


자상하게 아내를 챙겨주는 남편이다. 유럽을 시작으로 아프리카를 거쳐 섬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신혼여행은 꿈만 같은 스케줄이었다. 두 사람이서 짜기도 했지만 남편의 아버지가 잘 아는 여행사 사장을 통해서도 숨은 상품권 여행을 제공받았다.


“내 지인이긴 하지만 어머니도 잘 아시는 분이야. 깐깐한 사람인데 어머니가 잘 설득해 줬어.”


남편의 아버지는 남편의 어머니 자랑을 늘 한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머니, 감사드려요.”


아내가 인사를 드렸다.


“감사는 무슨. 이 엄마가 더 해주고 싶은데 너 부담될까 봐 말 안 한 건데. 이이가 주책맞아. 에구구. 내 입 좀 봐. 벌써 가족 됐다고 엄마라고 그러네. 우리 아가 부모님 섭섭하게. 에구구. 다 큰 며느리한테 아가란다 또. 너무 이뻐하고 싶다 보니 주책바가지가 돼버리네. 나원 참.”


어머니는 수줍게 웃으며 괜스레 자신의 남편을 툭 친다.


"괜찮아요. 어머니. 아니, 엄마."


아내의 말에 남편의 아버지는 기분 좋은지 허허 웃는다. 남편도 괜히 흐뭇해진다.


“그럼 잘 갔다 오고.”


부부는 꿈만 같은 신혼여행길에 올랐다. 유럽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지만 마음이 즐거웠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유럽 여러 나라의 길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저녁에는 근사한 식당에서 와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호텔에서는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영국을 시작으로 이태리, 스위스 그리고 유럽의 마지막 정착지인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의 식사는 환상적이었다. 와인에 일가견이 있는 남편의 설명을 들으며 샴페인을 시작으로 브루고뉴와 보르도 와인을 마셨다. 모두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의 와인들이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보여주려는 듯 프랑스어로 웨이터에게 말하지만 웨이터는 잘 못 알아듣는 듯하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귀여운지 흐뭇하게 웃는다. 결국 남편은 영어로 말하자 웨이터 역시 유창한 영어로 고맙다며 퇴장한다.


"자기 프랑스어도 할 줄 아는지 몰랐네."

"나 언어 꽤 많이 해. 프랑스어가 제일 취약하긴 해서 나중에 더 배우려고. 자기도 그때 나랑 같이 배우면 되겠다.

"난 언어는 너무 힘들어. 한국말만 할 줄 알면 되지 뭐. 번역기도 잘 나오고.

"아니야. 해보면 재미있어. 내가 잘 가르쳐줄 테니까 그냥 재미로라도 배워. 그럼 우리 둘이서 여러 언어로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내는 좋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남편이 와인을 따라주며 말한다.

“내가 포시즌 호텔 조지 V 파리로 예약하려고 했는데 만석이였어. 부모님과 지인분도 그건 힘들었나 봐. 사과하는 마음으로 제일 비싼 와인 시켰으니까 실컷 먹어.”


남편의 말에 아내는 흐뭇한 미소로 화답한다.


“자기야, 난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이렇게 자기 하고만 있으면 싸구려 모텔방도 포시즌이야.”


두 사람은 비싼 와인을 실컷 마셨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나눈 후, 남편은 와인을 많이 마셔 피곤했는지 코를 골며 잠에 곯아떨어졌다. 누워있던 아내가 조심히 일어난다.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하던 아내는 옷을 입는다. 그리고 휴대폰을 남편이 볼 수 있는 책상에 올려놓고는 밖에 나간다.


어느 한적한 파리 거리. 아내는 다리 밑으로 내려가 센강을 따라 산책을 한다. 에펠탑의 불빛이 밝게 비추고 파리의 밤바람이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으며 깊게 공기를 들이마셔본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 멈춰 선다. 바닥을 보면서 뭔가를 주우려는 듯 손을 더듬는다. 어느 지점에서 땅을 판다. 그 안에는 처음 출시된 소형 휴대 플립폰이 들어있다. 휴대 플립폰을 열고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울리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은 듯하다.


플립폰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듣던 아내 뒤에서 불량한 무리들이 프랑스어로 뭐라 말하면서 다가오는 걸 쳐다본다. 휘파람 소리도 내며 아내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아내는 별 대꾸 없이 플립폰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마저 듣는다. 한 불량한 사내가 손에 작은 칼을 꺼낸다. 뭐라고 프랑스어로 말한다. 돈을 요구하는가 싶지만 아내는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옷을 벗으라는 것이었다. 음흉한 눈빛으로 혀까지 날름거려 가며 불량한 무리가 자신을 쳐다본다. 순간 아내는 다리 밑에 자신과 불량배 무리들 외에는 아무 사람들이 없음을 깨닫는다.


“아, 이렇게 혼자 다니면 오해할 수도 있겠구나.”


아내가 말한다. 불량배들은 아내의 말을 이해 못 하는 듯 화를 내며 칼을 든 손을 휘저으며 계속 프랑스어로 옷을 벗으라 요구한다.


“내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내 알몸은 남편에게만 보여주는 걸로.”


아내가 윙크를 하며 플립폰을 귀에서 내려놓는다. 플립폰에는 안테나가 꽂혀있다. 아내는 플립폰에서 안테나를 빼낸다. 칼을 든 불량배가 아내를 잡으려 할 때 아내는 플립폰 안테나로 불량배의 손을 때려 칼을 떨어트리게 한 후에 플립폰으로 불량배 머리를 세게 내리친다. 불량배가 그 자리에서 기절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다른 불량배 무리들이 놀란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그러는데 그냥 가주면 안 될까?”


아내의 말에 불량배 무리들은 서로를 쳐다보다 기절한 불량배를 보더니 아내에게 달려든다. 아내는 순식간에 그들 모두를 제압한다. 아내는 쓰러진 불량배 무리들을 보고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아내는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낸다. 작은 칼을 집어 한 불량배의 지문이 묻도록 한 후 자신의 수건에 감싸 다시 집어넣는다. 그리고 수지침을 꺼내 그들의 머리 어느 지점에 하나하나 꽂은 후 시간을 확인한다.


“늦으면 안 되는데.”


잠시 후, 수지침을 빼서 묻은 액을 닦은 아내는 그들의 머리도 닦아준다. 호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착용한다. 그리고 옆에 보이는 빈 술병들을 그들 옆에 놔둔다. 가면서 자신의 생 머리를 만지며 중얼거린다.


“염색해야겠네. 아유, 귀찮아.”


아내는 길 한복판에 위치한 조그만 카페를 들어간다. 그 카페 주인과 잘 아는 듯 프랑스어로 짧은 대화를 나누더니 화장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나온 아내의 옷이 바뀌어졌다. 카페 주인은 아내와 눈인사를 한 후 만든 커피를 아내에게 건네준다. 커피와 함께 카드키도 건네준다. 아내는 고맙다며 커피를 받고 나간다.


포시즌 호텔 조지 V 파리로 들어간다. 아내는 컨시어지와 눈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호텔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아내는 어느 층에 내려 자연스럽게 카드키를 이용해 한 호텔방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에펠탑의 배경이 근사하다. 창문을 열어놔 아까 느낀 센강의 바람도 느껴진다.


한 노인이 젊은 여자와 침대에서 나체로 뒹굴고 있다. 아내와 눈이 마주친 젊은 여자는 일부러 신음소리를 내며 노인을 꼭 잡는다. 노인도 좋은지 헉헉 대며 마치 숨넘어갈 듯 고개를 젖힌다. 그때 아내가 수지침을 꺼내 노인의 목에 꽂는다. 수백 번, 수천번 해본 듯이 자연스럽다. 노인은 순간 자신의 심장이 있는 부위를 부여잡더니 그대로 쓰러진다.


“왜 이렇게 늦었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실패했을 거야.”


나체로 뒹굴던 젊은 여자가 짜증 내며 말한다.


“미안. 예상 못한 양아치들하고 몸 좀 푸느라.”

“신혼여행은 할 만해? 계속 일 하느라 힘들지 않아?”

“나쁘지 않아. 너희들이 계속해서 감시하는 것 빼고는.”

“언니 남편 집안에 대해서 계속해서 조사 중인데 난 좀 꺼림칙하단 말이야. 특히 남편 엄마라는 사람이.”

“내 남편은 평범한 사람이던데.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좀 있는 것 빼고는. 너무 티 나는 부자만 안되게 좀 막아달라고 회사에 잘 말해줘. 남편 엄마야 뭐... 시월드라는 말이 괜히 있겠니?”

“언니는 굳이 왜 결혼을 한다 그래가지고는 일을 더 벌리는지. 내가 언니 부모 섭외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너도 결혼할 때 내가 도와줄게."

"됐네요. 우리 같은 사람은 원래 결혼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난 언니가 결혼생활을 언제까지 할지가 궁금하네. 우리 팀원들끼리 내기한 거 알지? 난 신혼여행에서 끝날 거다에 한표."


젊은 여자가 쇠봉을 건네주며 말한다. 아내는 혀를 내밀며 헤헤 거린다. 젊은 여자가 건네준 쇠봉을 침대 다리에 건 아내는 쇠봉에서 나오는 줄을 타고 창 밖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거리를 걷는다. 방금 나온 호텔에서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평범한 사람들인 줄 알았던 주위 사람들이 순식간에 호텔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 남자만 그대로 서서 아내를 쳐다보고 있다. 밤에 어울리지 않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면서 귀에 인이어 이어폰이 있는지 자꾸만 손을 대면서 무슨 말을 듣는 듯하다. 그리고 손목에 걸린 마이크에 대고 뭐라 말을 한다. 여자의 인상착의를 말하는 듯하다. 여자는 조심히 호주머니에서 수건에 감싼 작은 칼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고 아까 갔던 커피숍으로 가려다 발걸음을 옮겨 파리의 뒷거리로 걸어간다. 예상대로 선글라스 남자가 따라온다. 그 남자가 누군지 보고 싶었지만 밤길이 어둡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조그만 조명이 나올 것이다. 파리의 뒷거리는 마치 옛날 영화에 나올법한 모습이다. 왠지 모르게 설렌다.


순간 뒤에서 아내를 덮치려는 느낌을 받는다. 아내는 반사적으로 몸을 수그리고 팔꿈치로 남자의 급소를 강하게 친다.


“컥.”


보이지는 않지만 타격이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분명 쓰러져야 할 남자는 쓰러지지 않고 아내 목을 잡는다. 그리고 굵은 팔로 아내의 목을 잡아 초크를 건다. 남자의 힘에 아내는 함께 쓰러지고 만다. 마치 아내의 수지침 위치를 아는지 아내의 몸에 부착된 수지침 가방을 빼서 던져버린다.


“나… 신혼…이라니까… 내 몸을 함부로 만지고 그러냐...”


아내는 남자의 초크에 함께 뒤로 쓰러지며 말한다. 그리고는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칼을 꺼내 남자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찌른다. 남자의 굵은 팔뚝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간다. 아내는 남자의 초크에서 나와 자기를 가격하려는 남자의 목을 작은 칼로 연달아 찌른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다. 남자의 인이어 이어폰을 빼서 들어본다.


“델타 쓰리 무슨 일이야? 그 청부업자는 수지침하고 급소를 제일 조심-”


남자의 손목에 걸려있는 마이크를 뺀다. 마이크에 대고 무슨 말을 하려다 인이어 이어폰과 연결된 줄을 끊어버린다. 아내는 자신의 플립폰으로 전화를 건다. 액정은 깨져있지만 플립폰 아랫부분에 위치한 버튼은 누를 수 있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아내가 재빨리 말한다.


“임프랍태세.”


아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플립폰이 터진다. 그 때문에 아내의 장갑이 찢어진다. 아내는 수지침 가방을 챙기고 급히 아까 갔던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프랑스어로 뭐라 말하자 커피숍 주인은 문을 닫는다. 아내는 화장실로 들어가 다시 전에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얼굴과 머리가 씻겨있다. 손에는 상처가 나있다. 아내는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고치며 아까 남편과 묵은 호텔에서 나왔을 때와 같은 모습인지 거울을 보고 확인한다.

커피숍 주인은 구식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로 전화한다. 그리고 아내를 바꿔준다.


“저는 다시 방에 들어가 봐야 돼요. 제 얼굴이 알려진 건 아닌지 알아봐 주세요.”


그때 작업복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커피숍으로 들어온다. 커피숍 앞에는 쓰레기 차가 주차되어 있다. 작업복을 입은 한 남자가 아내에게 쪽지를 건넨다. 쪽지를 읽은 아내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옆에 놓인 촛불에 쪽지를 태워버린다. 그리고 전화기에 대고 말한다.


“잠깐이지만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들어봤던 목소리예요. 앙리한테 폰을 주고 갈 테니까 감식해 주세요.”


아내가 전화기를 끊는다. 그리고 터진 플립폰을 앙리에게 건넨다. 아내가 커피숍에서 나간다. 쓰레기 차에는 사람을 싸맨듯한 커다란 검은 봉투가 다른 쓰레기 더미와 함께 들어가 있다. 커피숍에 있던 작업복을 입은 한 남자의 눈에는 아까 남자의 선글라스가 씌워져 있다.


아내는 원래 묵었던 호텔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어디 갔다 왔어? 핸드폰도 놔두고.”


남편이 하품을 하며 나온다.


“마지막 파리에서의 밤이잖아. 자기가 너무 피곤해하길래 나 혼자 바람 좀 쐬고 왔지.”

“낭만적인데 우리 아내?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 혼자 파리 밤을 거느리면 불안한데. 남자들이 꽤나 따라다녔겠어.”

“화장도 하나도 안 하고 이렇게 수수하게 입고 나갔는데? 파리 여자들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나 같은 여자한테 시선을 주겠어? ”


아내의 모습에 남편은 흐뭇하게 웃는다.


“화장을 안 하던 아무거나 입던 너무 이뻐.”


남편은 아내를 꼭 끌어안으며 말한다.


“원 모어 라운드? (One more round?)”


남편은 느끼하게 멋있는 척 키스를 하려는 듯 입을 갖다 대며 말한다.


“아, 자기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키스를 하려다 아내가 묻자 남편은 침대로 가서 눕는다.


“뭔데?”


남편은 옆으로 오라며 침대에 손을 탁탁 친다. 아내는 남편 옆으로 가서 남편 팔에 기댄다.


“어머님이 해주신 여행 패키지 있잖아. 이게 없는 상품이라고?”

“응. 너무 좋았지? 실은 내가 일부러 말 안 하긴 했는데 아까 저녁에 갔던 식당도 그렇고 우리 유럽여행 다 그 지인분의 인맥으로 갔던 거야. 보통 이런 시즌에는 그런 곳을 가려야 갈 수가 없대.”

“우리 호텔들도 다?”

“응. 내가 포시즌 하려고 했는데 지인분이 포시즌이야 아무 때나 갈 수 있지만 우리가 다닌 호텔은 그 지역만 있다고 꼭 가라 그러셨대.”

“자기는 그 지인 분 만나봤어? 누구셔?”

“나는 못 봤는데 아버지랑 오래 알던 분이시라고만 들었어.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 어머니와도 친해서 아버지와 중매를 해주신 분으로 알고 있어.”

“그럼 어머님 하고도 오랫동안 알았던 거네?”

“그렇지?”


남편의 말에 아내가 곰곰이 생각한다. 아내의 모습을 쳐다보던 남편이 비소를 짓는다.


“왜? 우리 엄마가 자기 괴롭힐까 봐 그러는 거야? 시월드 뭐 이런 걸까 봐?”

“아, 아니. 그냥 이번 여행이 워낙 특이하길래.”

“다 우리를 생각해서 마련해 준 여행이야. 자기 사업도 더 잘되게 해 주시려고 나한테도 이것저것 물어보셨다니까. 자기 파트너 회사가 파리라 그래서 엄청 궁금해하시더라고. 알잖아. 우리 회사도 지금 파리에 뭐 하나 하려고 하는 거. 엄마가 자기를 딸처럼 생각하고 싶다면서 오늘은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알려달라고. 하하하.”

“그래서 다 말해줬어?”

“뭐 엄마 서운하지 않게는 말씀드렸지. 걱정 마. 지금 처음이고 엄마 입장에서는 하나뿐인 아들 걱정한다고 그러시지만 우리 엄마는 다른 시어머니와 차원이 달라. 얼마나 쿨하시고 좋으신데. 자기를 진심으로 딸로 생각하시는 거야.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리 신혼여행보다 더 풍성하게 뭔가를 해놓으시고 기다리고 계실걸?”

“나 부담스럽지 않게 해 주신다고 덜 하신다 그러셨잖아.”

“우리 엄마는 누가 좋으면 정말 아낌없이 다 해주셔. 걱정하지 마.”


남편의 말에 아내는 책상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을 쳐다본다. 휴대폰에서 불이 반짝인다. 해킹당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내는 휴대폰을 꺼버린다. 아내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던 남편은 아내를 꼭 안아주며 말한다.


"아직 신혼여행도 다 안 끝났으니까 엄마 얘기는 한국 가서 하자. 여행기간에는 우리 둘만 생각하자고. 내가 중간에서 잘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말투의 남편 품에 쏙 들어가서 남편의 커다란 등을 팔로 감싼다. 아내의 손에서 수지침이 이리저리 굴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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