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감정 인식력 부족의 위험

2장. 분노는 어떻게 문화가 되었는가?

by 제인 Jane




사실상 우리는 지금 '감정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상에는 매일같이 분노와 질투, 외로움 등이 섞인 울렁거리는 감정의 조각들이 떠다니고 있고, 뉴스의 댓글창에는 폭발 직전의 감정들이 넘쳐난다. 그렇지만, 정작 그 감정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감정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는 표현하는 감정이 풍요로워진 만큼,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감정은 곧바로 판단으로 전환되고, 공감은 경계심으로 먼저 대체되고 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래?", "너무 예민하네", "관심만 원하는 피곤한 스타일이네"라는 말들은, 타인의 감정을 읽으려고 하기보다는, 감정을 회피하거나 일단 틀렸다고 낙인을 찍는 방법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주 상대방의 감정을 오독하거나 축소시켜 버릴 때가 많게 된다. 슬픔은 유난으로, 분노는 예민함으로, 또 불안은 나약함으로, 감동은 유치함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감정은 우리가 더 이상 함께 나눌 수 없는 것이 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더 느슨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한 탓에 이러한 사회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공감 능력'이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는 훈련만 받게 되면, 자신과 다른 감정은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다름'을 혐오하고, '슬픔'은 무능함으로 비난하게 되며, 동시에 '분노'를 불편하기만 한 것이라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기억해야 할 것은 그러한 감정들은 무시를 당하는 만큼 더욱 극단적으로 우리 앞에 돌아온다는 점이다. 학교 안에서의 따돌림, 직장 내의 침묵과 괴롭힘, 익명 게시판의 혐오 발언 등은 모두, 감정이 무시된 결과이자 감정이 표현될 공간과 기회가 사라진 사회 구조의 반영이다. 감정이 제대로 읽히지 않을 때,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고 지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건강한 말로 전달되지 않은 감정들은 결국 이성이 사라진 행동으로 세상에 터져 나오게 된다.



감정 인식력이 떨어지는 사회는, 결국 두 가지의 길로 향할 것이다. 하나는 모든 감정을 차단하는 무감각의 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감정이 뒤틀려 폭력으로 표출되는 길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 길 모두, 우리 사회를 병들게만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감정 인식력은 타고나야지만 발휘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충분히 훈련될 수 있는 감각이고 감정이다. 그러한 훈련은, 나의 감정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타인의 감정에 반사적인 반응보다는 '들어보려는 태도'를 가지는 작은 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상대의 말과 행동에 무조건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일단 한 번 입장을 들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숨을 크게 한 번 몰아쉬고 귀를 열어주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들이 반복되어 감정을 잘 읽는 사회가 된다면, 서로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아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서툰 표현을 마주할지라도 먼저 따뜻하게 해석해 주려고 노력하는 소통의 장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런 사회는 '다름을 견디는 힘'이 있는 사회로 나아가고, 그 다름이 모여 건강한 다양성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