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심리학 6
"입사하고 나면, 3년 간의 계획은 있으신가요?"
이 흔해 빠진 질문이, 때로는 우리를 참 막막하게 만든다. 이유가 뭘까?
어쩌면 그 이유는, 이 질문이 단순히 미래 계획을 묻는 척하면서, 사실은 '당신은 지금 자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나요?'와 '당신은 자신이 살고 싶은 방향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를 묻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조직과 잘 맞는 사람인가요?'라는 심리적 적합성을 평가하고자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계획을 묻는 척, 정체성과 동기를 확인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삶을 '정체성의 형성'이라는 여정으로 봤다.
우리가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 왜 그것이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은, 사실상 정체성의 자화상을 그리게 만든다.
'입사 후 3년'이라는 시간은,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지원자 입장에서는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설득하는 기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질문에 효과적으로 답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조화롭게 풀어내야 한다.
사람은 '의미를 찾을 때' 가장 몰입할 수 있다.
이것은 데시와 라이언의 '자기 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과 관련이 있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연결될 때, 일에 대한 동기와 지속력이 강해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 단순히 어떤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어떠한 목표와 태도를 가지고 무엇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함을 기억하자.
기업은 '당장 쓰기만 할 사람'보다는, '예측 가능한 성장 궤도에 있는 사람'을 원한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를, '역할 내 행동(In-role behavior)'과 '역할 외 행동(Extra-role behavior)'의 균형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쉽게 말해, 회사의 당장의 기여를 하되, 그 이상도 해낼 수 있는 성장 마인드셋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두루뭉술하게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보다는, "3년 내에 ~을 하고, ~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해야 함을 기억하자.
계획은 허황되지 않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선호한다'라는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심리학자 칼 프리스턴의 '예측 부호화 이론(Predictive coding theory)'에 따르면, 뇌는 혼돈보다 예측 가능한 정보를 신뢰한다. 면접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열정만 가득한 취업준비생의 막연한 꿈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서사'를 선호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가 시작
자기소개서에서는 단순히 계획을 쓰는 게 아니라, '계획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법'을 설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설계는,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고, 그걸 나만의 언어로 번역해 쓸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그렇게 내가 쓴 자기소개서 한 줄, 그리고 한 문장은, 누구보다 현실적이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