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보다,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라

2부. 의미가 동기가 되는 순간 - 소명의 심리학

by 제인 Jane


감정의 쾌락보다 정체성의 일치가 더 오래간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우리가 자라온 시대의 슬로건이었다. 그 문장은 여전히 그럴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좋아하는 일도 언젠가는 지루해진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에 있다. 좋아하는 감정도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날씨처럼 변한다. 오늘은 설레지만, 내일은 불안하기도 하고, 또 모레에는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감정의 쾌락을 중심으로 일의 방향을 결정하면, 결국 ‘이 일이 여전히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가?’라는 불안에 맞닥뜨리게 된다.


반면에, ‘의미 있는 일’은 감정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대신 훨씬 더 오래간다. 의미는 순간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과 일치된 방향성으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마이클 스테거(Michael F. Steger)는, “의미 있는 일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와 ‘무엇을 하는가’가 겹쳐지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일치를 ‘정체성 일치(identity alignment)’라고 부른다.


정체성의 일치는 우리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나를 설명해 주는 방식이 되면, 그 일은 피로가 아니라 안정감을 준다. 한 마디로 나의 일이,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성과의 기복보다는, ‘나’라는 존재의 일관성을 먼저 챙긴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가 힘들어도, 자신만의 방향만큼은 흔들리지 않는다.


또, 좋아하는 일은 감정을 충족시켜 주지만, 의미 있는 일은 존재를 정렬시킨다. 감정을 일으키는 연료는 빠르게 타오르고 꺼지지만, 존재의 연료는 천천히 타며 우리가 오래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쫓는 사람보다,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하는 사람이 더 오래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오늘 즐거웠는가?’를 묻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이게 나 다웠는가?’를 묻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에서 찾는 진짜 만족은 즐거움이 아니라 일치감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이 아니라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심리적 일관성이고, 그 일관성이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결국 의미라는 것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나답게 존재하는 방식’이다.


‘일’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두는 커리어 설계


우리는 흔히 커리어를 ‘일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커리어는 ‘자기 이해의 여정’에 더 가깝다. 그래서 자기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커리어는 쉽게 흔들리게 되고, 결국 자신이 가고 있는 길까지도 의심하게 된다. 그렇기에 좋은 커리어란, 더 많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둔 선택을 꾸준히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커리어 전환으로 상담할 때 이렇게 말한다. “이 일이 나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그 말은 대부분 일이 힘들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의 불일치를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는 변했는데 ‘일’은 그대로일 때, 우리는 그 일에 흥미를 잃는다. 또는 반대로, ‘일’은 변했는데 ‘나’가 그대로일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언뜻 그 두 가지는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 ‘나’를 중심에 두지 않고 커리어를 설계했다는 것.


진정한 커리어 설계는, ‘다음(next) 일’을 찾는 게 아니라, ‘다음(next) 나’를 설계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즉, 무엇을 할 지보다 어떤 상태의 ‘나’로 일하고 싶은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그 기준이 없으면, 일은 언제나 외부에서 정해지는 가치에 쉽게 휘둘릴 것이다. AI 시대에는 이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AI는 일을 대신할 수 있지만, ‘나’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은 대신 설계해 줄 수 없다. 기계가 생산성을 높여줄수록, 인간은 오히려 자신이 일하는 이유를 더 자주 묻게 된다. 그래서 이제 커리어의 핵심 질문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느냐’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단, 여기에서 말하는 ‘나’ 중심의 커리어란, 자기중심적인 커리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가치와 감수성을 인식하고, 그 기준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말한다. 그것은 세상에 나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일이다.


결국, 커리어 설계의 시작은 “나는 어떤 의미를 만들며 살고 싶은가?”여야 한다.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일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커리어는 성과의 궤적이 아니라, ‘정체성의 궤적’으로 바뀐다. 나의 커리어 코칭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제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은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일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나를 설명할 뿐이다.” 좋아하는 일은 나를 즐겁게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야말로 나를 단단하게 한다. 커리어란,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나를 닮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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