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멈춰 있는 것처럼 볼 때, 우리는 무엇을 놓치는가
옛날에 인간은,
우주가 멈춰 있다고 믿었다.
별들은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고,
하늘은 이미 완성된 구조물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에드윈 허블의 관측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주는 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변화하는 살아 있는 체계라는 사실을.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떠올렸다.
취업과 채용의 장면에서 보면,
이력서라는 한 장의 종이 앞에서 사람은 너무 쉽게 '멈춘 존재'가 된다.
학력, 경력, 몇 줄의 성과로 요약된 인간은
이미 평가가 끝난 대상,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객체처럼 다뤄진다.
그러나 이것은,
우주를 멈춰 있다고 믿던 시절의 착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력서에 적히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실패하고,
방향을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며,
어제와는 다른 판단과 해석을 만들어 낸다.
다만 그 변화가 아직 직함이나 수치,
공식적인 성과로 번역되지 않았을 뿐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고정된 특성의 집합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존재(context-dependent being)로 이해한다.
특히 발달심리학과 조직심리학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행동이 '개인 내부'보다
환경, 역할 기대, 피드백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즉,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은
그 사람의 '본질'이라기보다,
현재 놓여 있는 조건의 단면에 가깝다.
우주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인류는 관측 방식 자체를 바꿔야 했다.
정지한 점을 보는 대신,
멀어지는 거리와 미세한 스펙트럼의 변화를 읽어내야 했다.
인간을 이해하는 일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사람을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과정(process)으로 보기 위해서는,
평가의 기준과 질문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조직심리학에도
잠재력(potential)과 학습 가능성(adaptability)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지금 무엇을 해왔는지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배우고 반응해 왔는지를 보는 시선이다.
취업은 사람을 분류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궤도를 지나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또한, 정지한 점 하나를 확대해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이동 경로와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는 일이어야 한다.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본적 귀인 오류는
사람을 쉽게 '원래 그런 사람'으로 고정해 버리려는
인간의 습관을 설명한다.
우리는 상황보다 개인의 특성을 먼저 탓하고,
현재의 모습이 곧 그 사람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ㅡ아이러니하게도 본인에 대해서는 상황과 과거를 먼저 고려하는 경향을 보인다ㅡ
그러나 우주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될 수 없듯,
인간 역시 한 장의 이력서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그래서 인간을 볼 때는,
우주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던 그 전환의 순간과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보이는 것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아직 관측되지 않았을 뿐
그 안에서 분명히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하는 태도.
이력서 너머에는
멈춰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세계에서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조정하며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팽창하고 있는
하나의 우주가 있다.
우주를 살아 있는 것으로 이해했을 때
인류의 세계관이 확장되었듯,
인간을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바라볼 때
조직과 사회의 시야 역시 더 멀리,
그리고 더 깊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