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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Mar 10. 2019

OKR,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OKR을 시작하기 전, 검토해야 할 것들

OKR을 도입하려는 회사들


최근, OKR(Objectives & Key Result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마치, OKR을 도입하고 애자일 시스템을 구축하면 혁신이 내 눈앞에 도착해 있을 것 같다. 아, 물론 조직 구조도 Matrix로 바꿔야 한다. (하하;;) 그렇게 순서대로 딱딱 맞춰 도입하면 끝나는 걸까? 나는 이러한 단선적 접근에 비판적이다. 애자일이나 OKR, Matirix 구조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식의 ‘표면적 변화’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트렌드는 쉼 없이 바뀌고, 많은 케이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언급되어야 할 것들은 잘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다소 도발적으로 제목을 써 보았다. “OKR, 정말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각 조직들은 왜 OKR을 도입하려고 할까? 대부분 다음 3가지 이유에 포함된다. 첫째, 지금껏 목표에 의한 관리(MBO)를 해보지 않은 조직이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할 때. 두 번째,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별 구성원들의 성과를 관찰하기 어려울 때, 모니터링 효과를 위해서. 마지막 이유는, (어쩌면 가장 솔직한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글로벌 IT기업 Google이 OKR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성공이 OKR 덕분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그 덕분에 실리콘벨리에서도 널리 퍼졌다.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결국은 성과를 내는데 도움을 얻고자 OKR을 검토한다.  



참고로, 구글은 OKR을 어떻게 자랑할까? 한번 읽어보자. 당장이라도 도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처음 OKR을 작성하는 데만 일주일 반이 넘게 걸렸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곧 내가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5년간 구글에서 일하며, 나는 OKR이 구글에서 가장 중요한 DNA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OKR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를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하였습니다. OKR을 시작하기 전 구글은 단지 젊고 야심 찬 회사였을 뿐입니다.”   

“분기별 짧은 사이클은 OKR의 핵심동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OKR은 매우 간단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듣고 바로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일을 모두 뒤로 하고, OKR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이 수많은 업무 중에서 3개월 동안 머릿속에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도전과 실패는 동떨어진 말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래리와 세르게이의 OKR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회사의 방향을 파악하고, 서로 응원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혁신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OKR이 곧 나의 1년이었습니다.”


OKR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구글처럼, 당신의 조직에도 OKR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그렇다. 나는 OKR을 '좋은 철학을 담은 성과 관리 Tool'이라고 정의한다. OKR의 주요 특징은 간략히 3가지다. 전사적 Align, 도전적 목표 설정, 투명한 공유. OKR을 내재화 함으로써 조직은 상위 전략에 Align 된,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투명한 공유를 통해 협업 능력이 강화된다. 하지만 그것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즉시 벌어지는 효과가 아니다. OKR은 단지 Tool일 뿐이다. 그것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그래서 더더욱 도입 전, 진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2017년부터 OKR을 도입하고, 적용해보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바탕으로 OKR을 정말 OK하게 만드는 3가지 전제 조건을 나누고자 한다. 오롯하게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첫 번째 조건이자, 가장 어려운 조건은 무엇일까? 'CEO의 Mind set'이다. CEO가 OKR이 가리키는 철학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정말 (X100)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전사적 Align, 도전적 목표 설정, 투명한 공유. 3가지 특징의 교집합에 CEO가 있다. Align 된 목표를 위해선 그 기준이 되는 미션-비전-전략이 분명해야 하고, 도전적 목표 설정을 위해선 CEO와 리더진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심지어 CEO 본인의 목표를 전사 구성원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이것은 정말로 어려운 과제다. 다시 말해, CEO 스스로 목표 설정과 공유에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OKR을 도입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입하기 전에 CEO와 HR, 그리고 일선 리더들은 많은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정말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우리 모두는 래리와 세르게이의 OKR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회사의 방향을 파악하고, 서로 응원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혁신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평가 제도'와의 관계 정립이다. 기존에 평가 제도를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OKR과의 연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도 꼬이고, 성과 관리도 애매해진다. 하나만 질문하겠다. OKR의 성취율이 높으면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아닌가? 대부분의 경우에, 끄덕끄덕거린다. 주어진 목표와 지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는 형태(KPI)가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는 OKR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만약 OKR의 성취율이 그대로 평가에 반영된다면, 이듬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전적이고 Stretch 한 목표가 세워질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OKR 성취율은 평가에 직접적으로 연동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OKR을 진행하는 과정도 평가에 포함되지 않아야 할까? 그건 아니다. 공격적으로 목표를 잡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 그 자체는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즉, OKR은 평가이면서도 평가가 아니다. 다소 모호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OKR을 도입하려는 모든 조직은 '회색 영역'에 머무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지막 조건은 일선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사실, OKR을 포함한 모든 성과 관리의 키는 각 현장의 리더가 쥐고 있다. 리더들이 구성원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어떤 주기로 어떻게 피드백하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목표 설정이 쉬울까? 그렇지 않다. 심지어 조직 전략과 Align 되고 Stretch 한 목표 설정은 더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선 각 리더가 미션-비전-전략을 꿰뚫고 있어야 하며, 팀원에게 Context를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개별 구성원은 그러한 배경을 중심으로 도전적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목표 설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간 피드백이다.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적절히 피드백하는 것은 결국 Tool이 아니라 현장의 리더 한 명 한 명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방법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운영할 리더진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원하는 결과는 요원할 뿐이다. 팀 리더와의 연속적인 대화, 그것이 OKR 운영의 핵심이다.  



도구는 도구에 불과하며, 본질은 단순하다.


정리하자. OKR은 '좋은 철학을 담은 성과 관리 Tool'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좋은 철학이 오롯이 반영되기 위해선, 몇 가지 선행해야 할 행동이 필요하다. CEO와 HR 그리고 현장 리더들이 모여서 도입 목적을 논의하고, 평가 제도와의 연계도 고려하고, 마지막으로 1-2분기 정도 먼저 TEST 해보기를 권한다. 그저 유행한다고 해서, 구글이 한다고 해서 섣부르게 따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물론 규모가 아주 작은 조직은 예외다. 적어도 50명 이상의 조직에 해당되는 조언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 제도를 도입하고, 이리저리 뒤집어선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생선이 문드러지고 부서지듯, 한 회사의 성과관리 제도도 마찬가지다. 이왕 도입할 것이면, 충분한 검토 후 ‘감당할 수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OKR이라는 좋은 도구가 쉬이 소비되고, 또 누군가는 어느새 유행이 지나갔다고 할까 봐, 미리 염려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결국 도구는 도구에 불과하며, 본질은 단순하다. 단지 어려울 뿐이다.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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