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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l 26. 2020

개인의 성장은 곧 이직을 의미할까?

개인과 조직의 딜레마 해결하기

개인이 바라는 것과 조직의 차이, 피할 수 없는 딜레마


인간은 태생적으로 모순적인 존재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자아를 가졌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협동하고 집단을 이루며 공동체의 생존을 도모한다. 무리를 떠나,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부 초유기체'로서 인간의 특성은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충돌과 갈등을 내포한다. 개인과 조직의 지향점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조직 입장에서 구성원들의 학습과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지금처럼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전문성과 지식, 협업 능력은 조직의 생존을 좌우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개인의 관점에서 성장이란 곧 고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동시에 이직 의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성장을 시키면 시킬수록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조직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나의 고민은 바로 이러한 역설에서 비롯된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의 평균 근속 연수는 13년, 중소기업은 4년이다. 정확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나를 비롯한 주위에서 체감하는 국내 스타트업 직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2년 남짓이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우버의 근속 연수는 1.8년, 테슬라는 2.1년, 페이스북 2.5년으로 평균 2년에 가깝다. 과거의 근속연수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성장 속도가 빠른 핵심 인재일수록 직무 몰입도가 높지만, 조직에 머무르는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진다. 이번 글에서는 개인의 성장과 이직 의도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학술지에 등재된 몇 편의 논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고용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직 의도도 높아질까?


논문 분석에 앞서, 나는 '고용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직 의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짐작해 보았다. 고용 가능성을 외부 고용시장에서 지속적인 고용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해 본다면 능력 있는 구성원이 더 높은 연봉과 명성을 쫓아 이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관련 연구를 찾아본 결과 고용 가능성과 이직 의도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분명히, 고용 가능성을 높다고 인식하는 구성원들은 조직 몰입이 낮아지고 이직 의도를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고용 가능성을 높게 인식할수록 조직 몰입이 높아지고 이직 의도가 낮아진다는 반대의 연구 결과도 존재했다. 단편적으로 해석될 수 없는, 흥미로운 결과였다.


국내 연구를 좀 더 찾아보니, 고용 가능성은 "경력 성장 기회를 통해서 조직몰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즉, 조직 내에서 경력 성장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직 의도가 높아지지만, 적절히 제공된다면 조직몰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HR입장에선 상당히 희망적인 연구가 아닐 수 없었다. 관련한 연구를 살펴보니, 특히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소통 환경이 중요했다. 이러한 조직 문화는 구성원들이 경력 성장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며, 리더와 부하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소통을 주고받는 것도 이직 의도를 낮출 수 있다. 즉, 조직이 제공하는 경력 성장 기회협력적 소통환경, 리더와 구성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고용 가능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이직 의도를 낮추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직 입장에선, 인재들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가 작년에 시도한 조직 실험은 '중간 리더층'을 만드는 것이었다. 100명 정도의 작은 스타트업이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직급이 없다 보니 젊은 인재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볼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Part lead'라는 중간 직책을 만들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해당 직책 덕분에 퇴사하지 않았다는 솔직한 피드백을 수차례 들을 수 있었다.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수행하며 현재 조직에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것이 이직 의도의 감소로 이어진 게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었다. 조직 역시 규모가 커나가는 단계에서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직과 개인의 요구를 해결하는, 적절한 대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떠나는 것이다. 


HR의 입장에서, 기업의 이직률을 좌우하는 의미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한국 노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직 의도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성과와 내적 매니지먼트 능력, 그리고 현재의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특히, 리더에 의해서 좌우되는 의사소통 능력과 조직 몰입은 이직 의도를 낮춘다는 연구가 많다. 과거 SHRM에서 발표된 Rosalind Jeffries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 원인의 75%는 무능한 리더 때문이라고 하며, Corporate Leadership Council의 조사에서도 우수 인재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리더의 평판을 꼽았다. 리더십을 잘 나타내는 개념이 LMX(Leader Member Exchange Theory, 상사-부하 교환 관계)인데, LMX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대개 교환 관계의 질이 높은 수준의 구성원은 보다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질의 리더 구성원 간 교환 관계가 긍정적인 업무평가, 승진의 횟수, 조직 헌신도, 적절한 업무 배정, 직무 태도, 상사로부터 관심과 배려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특히 HR 관점에서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LMX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정리해 보자면, LMX는 조직 몰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높은 조직 몰입도는 낮은 이직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기업 구글은 People Analytics를 실무에서 사용하는데,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선제적으로 이직을 방지하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실제 이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 '리더의 퇴사/이직' 그리고 '가까운 동료의 퇴사/이직'이 이직률을 높이는 중요 변수라고 들었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결국, 성공적인 리더십을 통한 높은 LMX는 인재들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이직 의도를 낮출 수 있다. 개인과 조직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하지만 가장 어려운) 대안이 아닐까 한다.


결론이다. 개인과 조직이 딜레마를 극복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들은 자신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치열하게 경험을 쌓아야 한다. 조직은 개인들의 경력 성장 기회를 제공하며, 조직에서 100%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고, 혁신 행동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원활한 소통 환경은 조직 몰입에 큰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조직의 평가/보상 시스템 역시 전체 경력 성장과 정렬(Alignment) 되어야 한다. 결국, 조직은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한다'는 핵심 이념과 의지를 조직 구조와 시스템, 리더십, 공간, 프로세스, 소통 채널 등 모든 곳에 적합하게 반영시켜야 한다.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성장하는 개인들과 조직들의 다양한 실험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문헌   

청년의 이직과 성과 (성재민, 2019)

기업의 이직률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 (김진희, 2018)

청년 직장인의 경력관리행동이 고용가능성을 통해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 (홍준영, 2019)

고용가능성이 경력성장기회를 매개로 조직몰입,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 (이준혁, 전정호 2016)

스타트업 조직 구성원의 감성지능이 조직몰입,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 -의사소통능력과 LMX의 매개효과 - (임승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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