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이 비치, 피시 앤 칩스, 호주 생활
2017.09.28
호주 가족 여행 2일 차 기록 (in Sydney)
여행 2일 차. 오늘은 부모님과 우리 일정이 다르다. 부모님은 이른 아침부터 포트 스티븐스로 떠났다. 일일투어를 하러 간 것인데, 따로 간 이유는 우린 9년 전에 이미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내와 사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일 투어로 데이트를 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에 머물던 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시드니 북쪽 채스우드(chatswood)에 있었고, 아내는 당시 본다이 비치(Bondi beach) 쪽에서 지냈는데, 채스우드에 갈 시간은 안 될 것 같아서, 바다 구경도 할 겸 동쪽으로 떠났다. 나, 아내 그리고 재원이랑.
1. 본다이 비치
9년 전, 아내가 워킹 홀리데이 시절 살았던 곳을 다시 들렸다. 본다이 비치에 있는 집이었는데, 그동안 하나도 변한 게 없더라. 근처를 걸으며 옛 생각이 많이 났다. 무엇보다 시티를 떠나서 한적한 마을을 걷는 느낌이 참 좋았다.
호주를 둘러보며 하나 느끼는 건, 대부분의 나무가 엄청 크다는 것이다. 최소 몇 백 년은 된 것 같은 나무들이 길가에 즐비하다. 이건 마치, 경관을 위해 나무를 심은 느낌이 아니라 나무를 해치지 않기 위해 그에 따라서 도시를 배치한 느낌이었다. 환경에 대해서 만큼은 정말 멀리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시야가 부럽다.
2. 피시 앤 칩스(Fish & Chips)
오랜만에 먹은 피시 앤 칩스의 맛도 여전하더라. 지역에서 가장 맛있다는 몽거스(Mongers)에 가서 먹었는데 아주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한국에서도 그 맛이 그리워서 몇 번 먹어봤지만, 역시 이 맛을 뛰어넘기는 힘들다. 사실 영국에서 유래되었지만, 거기보다 훨씬 맛있으니 말 다했지. 여행 가서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또 있는데, 싱가포르에서 먹은 칠리크랩이다. 아직까지도 현지에서 먹은 그 맛을 따라 하는 곳이 단 하나도 없었다. 가끔 생각난다. ㅋ
3. 옛 친구들과의 만남
9년 전 함께 워킹 홀리데이 왔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 유일하게 영주권과 시민권을 따서 쭉 머물러 온 부부가 있었다. 그레이스랑 베네딕트. 오후에는 그들을 만나러, 달링하버로 갔다. 참으로 긴 인연이다. :) 워낙 오랜만에 보는 상황이라,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먼 타지에서 서로 의지하며 사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더라.
이렇게 먼 곳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게 막상 쉬운 게 아닌데 참 대단해 보였다. 호주 생활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었다. 가장 좋은 건 역시 가정이 중심인 삶이란다. 늘 5시 퇴근하고, 주말엔 한적한 공원에 가서 강아지랑 노는 그런 삶. 쾌적한 환경과 맑은 공기는 덤이다. 나도 그게 정말 부러웠다. 한국과 공기가 정말 다르더라.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게 아쉬운 점도 많단다. 우선 언어의 제약과 문화적 배경에 의한 차이 때문에 외국인들과 사교 활동을 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공부를 했어야 했고, 최근에는 (중국인 때문에) 호주 부동산도 많이 올라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 그 자체에 많은 힘이 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시티에 나올 일도 거의 없다고. 거의 집 근처에서만 지내게 된다고. 허긴 그럴 것 같다. 아는 사람 없이 둘 만 의지해서 사는 게 어디 쉬운가. 그래도 최근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다행이다.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고 싶다. 행복하게 잘 살다가, 나중에 한국에 오면 또 보기로 했다.
값진 만남을 뒤로하고, 부모님을 만나서 집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