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경쟁의 역설이란 책을 읽었다. 국가적 관점에서의 경쟁을 말하기에 대중적으로 그다지 추천하는 책은 아니지만, 인상 깊은 내용이 몇 가지 있어서 짧게 정리해본다. 책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 적은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편집했다. 그저 기록을 위해 공유한다.
1.
부는 과거 경쟁력의 결과다. 즉, 부유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과거 경쟁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의 경쟁력에 방해가 될 때가 많다. 과거 경쟁력의 결과로 얻은 풍요로움은 지금의 국가, 기업, 개인을 둔감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고 있는 일본의 예가 적절할 것 같다. 일본은 부자인가?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Yes가 가능하지만,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선 No가 떠오른다. 경쟁력 관점에서, 훨씬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을 가졌는가?” 보다 “지금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2.
경쟁력은 경주와 같다. 어제보다 빨리 뛰어선 충분하지 않다. 다른 선수보다 빨리 뛰어야 한다. 최근 자기 계발 서적이나 영상을 보다 보면 남이 아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라는 메시지를 많이 듣는다. 어릴 적부터 지나친 경쟁에 시달려온 것이 문제임은 분명하다.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적절하게 비교를 멈출 필요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사실은 ‘나의 기록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기록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인만 쳐다봐서도 안 되지만, 자신만 보고 있어도 안 된다.
3.
경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것’이다. 만약 내가 다른 어떤 것보다 운전을 잘한다면, 운전수가 되어야 할까? 자신의 관점에선 맞을 수 있지만, 경쟁 관점에선 잘못된 선택이다. 희소성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자에 비해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내가 계속해서 되새겼던 말은 “사람들은 평균에 돈을 내지 않는다”이다. 김치찌개를 끓일 때, 평균적인 찌개를 끓이는 것에도 꽤 많은 비용과 수고가 든다. 하지만, 우린 평균에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맛있는 찌개에 그만큼의 비용을 내며, 압도적으로 맛있는 곳에는 찾아가는 비용까지도 아끼지 않는다.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은 정말 본질적이다. (참고하는 글)
4.
회사마다 벨류 체인 속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강점을 갖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은 뿌리와 같으며,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조직은 끊임없이 양분을 공급해 가꿔야 한다. 뿌리를 얕잡아 보고 너무 쉽게 아웃소싱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야, 무엇을 아웃 소싱해야 할지, 무엇을 외부로부터 인소싱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판단이 궁극적으로 조직의 미래를 좌우한다.
5.
(이 책에 따르면) 실직에 대한 인식은 유럽과 미국이 다르다. 유럽은 비극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근로자는 자신의 가치를 항상 객관적으로 주시해야 한다. 현재 조직에 맞는 가치를 지녔다는 것과 회사를 초월한 시장 가치를 지녔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른 회사에서 쉽게 구직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직원은 더 의욕적이고, 유연하며, 과감하게 일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현재의 조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조직과 개인의 선순환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반대로 작동될 경우, 악순환이 될 수도 있고.
6.
민주주의의 힘은 자기비판과 끊임없는 내부 공격의 포용, 실수의 탐구에 있다. 반대로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확실성’ 때문이며, 이는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다. 아무리 성공적인 회사라도 내부 비판에 귀를 닫은 기업은 반드시 실패한다. 짐 콜린스의 책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도 첫 번째 징조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예스맨을 만들고, 과거의 성공을 복제하고, 나쁜 소식을 듣지 않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경쟁사에 의해서 사라질 것이다. 경쟁력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