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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Sep 05. 2022

제주도 보름 살기를 하다. 애월 1

2022년 1월 12일~14일 (애월 근처)

올해 초, 제주도 보름 살기를 다녀왔다. 버즈빌에서 3년 재직 후 2주의 장기근속 휴가를 받았고,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나름 바쁜 와중에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매일 일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막상 브런치로 옮기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 이제야 하나씩 옮겨본다. (*대부분 원문이며, 지금 시점에서 추가하는 말은 이렇게 표기했다.)




1월 12일 수요일

서울에서 애월로


오랜만에 작성하는 여행 일기다. 2019년이었나, 강릉 가족 여행 뒤로는 거의 일기를 작성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만큼은 생각의 흔적을 남기고자, 더 오랫동안 추억하고자, 매일매일 일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상당히 어렵게 얻은 기회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장기간 가족과 함께 여행 가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


이번 제주도 보름 살기에서 의외로 좋았던 것은 '차량 배송 서비스'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제주도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렌트비가 덩달아 가파르게 오르게 되었다. 비행기 값보다 부담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민하던 차에 차량을 배송하는 서비스가 있어서 이용했다.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를 비롯한 큰 짐들과 옷가지를 차에 미리 채워 넣었기 때문에, 공항까지 가는 길도 비교적 가벼웠다.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차량을 인도받고, 첫 번째 집인 '봉숙이네 바닷가'로 향했다. 애월읍 곽지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지난번에 제주도 방문했을 때 애월 근처 바닷가 느낌이 좋아서 다시 찾았다.


봉숙이네 바닷가


실내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한 숙소라 그런지 바람이 정말 엄청났다. 몰아치는 파도가 장관이긴 했지만, 너무 추워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서둘러 짐 정리를 마치고, 집에서 가져온 밀키트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와서, 맥주를 마시며 함께 할리갈리를 하고, 씻고 재원이를 재웠다. 사실 아직까지 일이 끝난 게 아니라, 저녁에는 남은 일을 처리했는데 그래도 2주나 머물 생각을 하니 여유로워서 좋았다.



애월 바다



1월 13일 목요일

강추위, 노형 슈퍼마켙으로 향하다.


맛있게 먹는 중

2일 차 아침이다. 아직까지 연말정산 운영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나는 오전에 업무를 했고, 재원이는 수학 문제를 풀었고, 아내는 자동차 보드게임을 했다.  (*당시, 갑작스러운 회사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업무를 해야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집에 있기는 아쉬워 일단 근처 로컬 맛집 '임순이네'로 향했다. 제주 3개 잔치 음식이라는 몸국이랑 고사리 육개장을 먹었는데, 나는 둘 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지만, 정말 맛났다! 재원이도 몸국이 맛있다고. 일주일은 머물 예정이니 한번 더 오는 걸로!


몸국


이후, 노형 슈퍼마켙으로 향했다. 지난번에 제주도 방문했을 때, 아르떼 뮤지엄에 간 적이 있는데.. 비슷한 컨셉의 미디어 아트 전문관이다.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인 연출을 고려하면 아르떼 뮤지엄이 더 좋았는데, 아내는 여기가 더 좋았다고 한다. 시원하게 열린 개방감 덕분인 것 같은데, 광장 같은 곳에서 한참을 쉬었다. 


흑백에서 컬러로 바뀔 때, 좋았다.
탁 트인 느낌


이후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갯바위 수산'에 들려서 방어회를 포장했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완전 꿀맛이다. 더 놀란 것은 매운탕이었는데, 알려주신 레시피로 끓였더니 내가 먹어본 매운탕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재료도 신선하고, 매운탕도 맛있고,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 숙소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인데, 혹시나 애월에 가시는 분들에게 강추하는 횟집이다. (*매장은 없고, 포장만 취급하신다.)


매운탕 맛집


저녁 일정은 어제와 동일하다. 할리갈리를 하고, 대화를 나누기. 여행 기간이 길다 보니 가장 좋은 것은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고, 힘들면 쉬면 된다. 여행이지만, 이곳 제주도에 속한 사람처럼 주위를 바라보는 경험은 색다르다.




1월 14일 금요일

감귤 따기 체험, 그리고 무민랜드


3일 차 여정. 느지막이 일어나서 씻고 서귀포로 향했다. 감귤 따기 체험을 했는데, 재원이는 거기서 설명해 주신 대로 감귤 꼭지를 따고, 나는 옆에서 열심히 먹었다. 아주 맛있더라. 하하하. 겨울에 제주도를 온 건 처음이라, 감귤이 이렇게 주렁주렁 열린 모습은 처음 보는데, 필리핀에서 바나나 나무를 보듯 신기했다. 어떤 나무들은 열매가 너무 많아서 줄기가 땅까지 휘어졌었다. 날씨가 좋아서 사진도 잘 나오고,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재원이에게 오늘 하루 중에서 가장 기억 남는 게 뭔지 물어보니 '감귤 체험'이라고 말해줬다. 


맑아졌다
나는 옆에서 먹는 중
나의 원픽 사진


회사에서 팀원 한분이 퇴사하는 이슈가 있었고,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었다. 어쨌든 휴가 중에 여유로운 저녁은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로...) 점심으로 삼겹살을 먹으러, 맛있수다 중문점을 찾았다. 블로그에선 유명했는데 막상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더라. 그래도 엄청 맛있었다! 물론 제주도의 흑돼지 삼겹살은 언제나 진리지만,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욱 신나게 먹었다. 재원이도 이젠 거의 어른처럼 먹는다. 


제주도 삼겹살은 늘 옳다


이후에 무민랜드로 향했다. 무민이란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북유럽 특유의 감성이 좋았다. 전반적인 전시관 구성도 짜임새 있고 좋은 편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니 저녁이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책을 읽고, 재원이랑 몸으로 장난을 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용기란
무민랜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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