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도 = 기대 - 경험.
인사(HR) 업계에서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은 중요한 화두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팀 이름도 단순히 인사팀이 아니라, People, EX, Culture와 같은 말랑말랑한 단어들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대기업까지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이전 직장인 버즈빌에선 EX Team이었고, 지금 누비랩에서는 C&G(Culture & Growth) Team으로 불리고 있다. 직원 경험에 대해서도 꽤 오래 고민해오는 중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 경험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맛집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평범해서 실망한 경험. 반대로 전혀 기대 없이 찾아간 가게에서 의외의 감동을 한 경험까지. 우리의 감정과 만족을 결정하는 것은 ‘실제로 경험한 바’가 아닌, ‘기대 대비 경험’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즉, [만족도 = 기대 - 경험]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물론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이 바로 ‘기대’다. 그리고 나는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 경험 관리보다 더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주 다니는 치과에서는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의사 선생님이 늘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편이다. “조금 차가울 거예요.” “지금 물이 나갑니다.” “조금 아플 수도 있어요” 돌아보면, 그 선생님은 선제적이고 미세한 언어들로 나를 ‘놀라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셨다. 잘하시는 치과의사는 대부분 기술 그 자체보다 커뮤니케이션에 능하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직원들을 (나쁜 의미로) 놀라게 한다면, 체계가 없다는 반증이다. 기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기대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를 마주할 때,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날 때 우리의 만족감은 급하강한다. 당장의 아쉬움보다 큰 문제는 신뢰의 상실이다. 기대의 좌절은 ‘앞으로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대 관리라고 할 때, 종종 ‘기대감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선 더욱 그러하다. 많은 회사들이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브랜딩에 신경 쓰고, 멋진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한 홍보 자료를 제작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간격’이 너무 커져선 안 된다. [만족도 = 기대 - 경험]라는 공식에 대입해 보면, 과한 기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버즈빌은 잡플래닛 평점 4.0이 넘었다. 그야말로 업계 TOP 수준이었고, 입사자들 중에서 상당수가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기대도 컸다고 생각한다. 팀 입장에서도 채용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고, 분명한 차별점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 역시 마찬가지로 ‘높은 기대’였다. 다들 큰 기대를 하고 입사를 하다 보니, 구성원들의 경험을 개선하고자 하는 EX입장에서는 난이도가 꽤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들이 자극이 되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애쓴 것도 있지만, 가끔은 높은 잡플래닛 점수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미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대를 무작정 높이는 것이 만사는 아니며, 적시 그리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기대 관리와 관련하여 구체적 사례는 다음 편에서 적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