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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n 02. 2024

최선, 차선, 차악, 최악의 시나리오

[Weekly OD Insights] 경험: 조직 내 인식의 차이

인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  

저출산 문제는 하루이틀이 아니다. 해결을 위한 갖가지 정책들도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정난관 복원시술비 지원금'에 대한 논란을 봤다. (뉴스 링크“이런다고 저출생이 해결되나” “잘 모르겠거든 차라리 가만히 있길 권한다”" 라며 화가 나는 시민들과 그런 정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정부 기관. 인식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는 일이다. 


조직은 본질적으로 위계와 차이를 내포한다. CEO와 리더 그룹, 그리고 구성원들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정보와 관점을 접하게 되며, 이로 인해 인식의 차이 및 갈등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조직이 작을 때는 서로 공유하는 정보의 수준이 비슷하기에 차이가 크지 않지만, 위계가 생기고 중간 리더들이 합류하는 시점부터는 예외 없이 발생한다.


나 역시 구성원으로 일할 때와 리더로 일할 때, 비슷한 상황임에도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HR 리더로서 CEO 관점에 공감하고 그에 맞춰 상황을 보려고 애쓰면서,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래와 같은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떠올렸다. 최근 1:1 미팅에서 팀원에게 공유한 적이 있는데,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어 글로 옮기고자 한다.




4가지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HR 리더로서 가장 많이 하는 업무 중 하나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이상과 현실에 맞춰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그중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크게 최선, 차선, 차악, 최악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최선의 의사결정

가능한 모든 정보와 옵션을 고려하여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경우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드물게 사전 조건들이 미리 준비되고 상황이 맞아떨어질 때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용 시 지금의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처우로 영입하는 것을 말한다.


2. 차선의 의사결정

현실적 제약 조건을 감안하여 결정하는 의사결정이며, 최선은 아니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다. 우리에겐 늘 시간도 인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실과 맞춰나가는 단계에서 조정되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적합한 후보자를 영입하기엔 시간이 촉박해서, 조금 아쉬운 후보자를 영입하거나 불리한 협상을 하게 되는 상황이다.


3. 차악의 의사결정

최악의 결정을 피하기 위한 의사결정이다. 손실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며, 이때 중요한 것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이다. 특히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쉽게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보는 구성원 입장에서는 공감되지도 납득이 가지도 않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거나,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4. 최악의 의사결정

최악의 결정은 분명 존재하지만, 각각의 시점에선 알 수 없다. CEO나 리더, 모든 구성원은 최악의 의사결정을 피하기 위해 차악의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악이라고 믿었던 의사결정이 실은 최악이고, 최악이라고 보였던 의사결정이 실은 최선의 의사결정인 경우는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시점에선 구성원들에게 모든 정보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최악의 의사결정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돌아봤을 때, 그때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마지막 타이밍이었다면 그것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방법

어떻게 해야 인식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 의사결정의 배경을 모두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가급적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은 인식 차이를 좁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리더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의사결정의 배경을 구성원에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 특히, 1:1 미팅을 활용하여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이 일어났는지 진정성있게 상세히 공유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것이 좋다.


허나,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100% 투명한 공유는 불가능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구성원 입장에선 누가 보더라도 내쫓아야 하는 사람도 CEO 입장에선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럴 때 앞서 설명한 4가지 프레임워크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앞서 말씀드렸듯, 의사결정은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입장에선 더 나은 대안이 보일 것이고 지금 결정이 쉽게 이해가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CEO를 비롯한 리더 그룹은 종종 차악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도 옵니다. 만약 사전에 많은 대비를 했다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직 모든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이해해 주고, 이뤄진 결정에 헌신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준비의 중요성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수록, 더 많은 옵션과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결정해야 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비싸게 비용을 치러야 할 수밖에 없다. 채용이든 구입이든 개발이든, 더 많은 비용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도 비슷하다. 최선은 누구나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아주 어렵고 복잡한 이슈이며, 미리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가능하다. 차선은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육아 휴직을 늘린다거나, 출산 시 지원을 높이는 것이 그에 해당한다. 차악은 무엇일까? '최악의 결과 = 출산율 감소'를 막기 위한 모든 임시방편적 정책들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깊이 숙고하지 못한 정책도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하면, 누구나 좋지 못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궁지에 물리면 시야가 좁아지고, 평소보다 더 악수를 두게 되는 것 같다. 


사회가 그렇듯 조직도 마찬가지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선 장기적 관점으로 포석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채용 시 현재 채용하지 않는 포지션이라고 하더라도 미리 관계를 쌓아두고, 좋은 후보자와 사전에 교류하고 있었다면, 갑작스러운 상황 발생 시 큰 무리 없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결국, 의사결정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준비된 의사결정은 철저한 정보 분석과 다양한 관점을 통한 시나리오 고려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조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마지막 팁, 시스템 사고의 중요성

복잡한 이슈인 경우, 시스템 사고를 통해 다양한 변수와 그 인과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 사고는 복잡한 조직 내에서 여러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단기적 문제 해결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더불어, 시스템 사고에는 '시간 지연 효과(Time Delay)'란 말이 있다. 당장의 의사결정이 시스템에 변화를 일으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물을 틀었을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되는데, 그러한 시간 지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흔들면 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는다. 즉, 의사결정과 그로 인한 변화에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한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의사결정을 피할 수 있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금의 해결책이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억하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과거에 최선이라고 믿었던 판단은 언젠가 우리의 뒤통수를 칠 가능성도 높다. 시간과 상황에 내몰려서 쉽게 판단할 경우 더욱 그렇다. 의사결정에도 부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쌓인 부채를 지속적으로 갚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판단이 단,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다양한 각점에서 충분히 생각해 보자. 그 결정이 쉽게 느껴진다면, 한번 더 돌아보자. 오늘도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서 애쓰는 모든 리더들의 건승을 빌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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