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Jun 26. 2024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부제: 라일리의 이너게임



1.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봤다. 지난 1편보다 더 주제의식이 선명했는데, "우리의 내면에선 어떤 대화가 일어나고 있고,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내가 정한 영화의 부제는 '라일리의 이너게임'인데, 영화를 보는 동안 책 <이너게임> 떠올랐기 때문이다. 


2. 집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이너게임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영화와 연관되는 주요 내용을 옮겨보기로 했다. 저자 티모시 골웨이는 테니스를 가르치다가 "도대체 배움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공을 칠 때, 학생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3.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외부와의 대화'가 아닌 '자신과의 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공을 향해 뛰어가!" "최악의 샷이었어." "이런 터무니없는 백핸드를 하다니!" 등 골웨이는 이러한 내적 대화가 학습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방해가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4.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질문했다. 그들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으며 마음은 평온하고 경기에 완전히 집중되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즉, 통제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통제가 가장 잘 되었던 것이다. 


5. 지시하고 평가하는 쪽을 셀프 1, 이야기를 듣는 쪽을 셀프 2라고 정의하자. 셀프 1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지나치게 통제하며 셀프 2를 신뢰하지 않는다. 외부의 목소리가 어느새 내면화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왜곡된 인식은 왜곡된 반응과 결과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나는 충분치 않고 부족하다'는 자아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6. 변화를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비평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변화의 시작이며, 지시하고 통제하는 셀프 1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셀프 2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7. 티모시 골웨이는 셀프 1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게임에서 지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특이한 토너먼트 규칙을 만들었다. 출전한 선수들은 혼란스러웠다. 당연히 게임에서 이기고 싶으면서도, 져야만 다음 라운드로 갈 수 있는 역설적 상황에서 그들은 그저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로 했다. 외면화된 셀프 1이 아닌, 본연의 자아인 셀프 2로 플레이한 것이다. 


8. 코치는 명확한 인지를 위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앞으로 어디로 향하고 싶나요?"라는 비평가적 질문 만으로도, 우리는 잠시 내면의 바쁜 대화를 가라앉히고, 의식의 흐름을 잠재우고, 진짜 문제를 찾기 위해 내면을 돌아본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문제들이 그것을 명확히 인지되는 순간에 저절로 해결되기도 한다. 


9.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나에게 있어 훌륭한 코칭 경험을 선사했다. "나의 내면에는 어떤 목소리가 있을까?" "나를 지배하는 신념은 무엇일까" "내가 여전히 억압하고 있는, 아직 화해하지 않은 기억은 무엇인가?"라는 여러 질문들을 던지고, 라일리의 의인화한 감정들을 통해 잠시나마 내 감정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10. 그리고 마지막 크레딧에서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너희들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라는 말이 나왔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영화를 함께 본 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불안하지 않을 수 없고, 셀프 1의 목소리를 지울 순 없겠지만, 소중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은 부단히 필요하다. 


11. (스포 주의)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그 장면도 물론 좋았지만, 내가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쉽게 변화할 것 같지 않던) 기쁨이 그리고 불안이의 눈물이었다. 지금껏 억압했던 것들이 눈물과 함께 터져 나왔을 때, 나도 함께 울컥했다. 세상 일이 어느 것 하나 마음처럼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하나하나 자신을 직면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스타트업 HR 팀장들>을 출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