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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l 10. 2024

인생에서 가장 편했던 날은 어제다.

[Weekly OD Insights] 책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책을 읽은 배경과 느낀 점 


20대 시절, 나는 자기 계발서를 정말 좋아했다. 커리어 변화가 많았고, 성장을 갈구했고, 좀 더 자극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자기 계발서보단 경영, 조직, 역사, 리더십, HR이란 키워드에 꽂히게 되었고, 최근에는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데이비드 고긴스의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페이스북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신수정 님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읽는 내내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온몸이 부서지면서 한계를 하나씩 돌파해 내는 저자 앞에 어떤 핑계도 대지 못하겠다. 나를 주저앉히는 것은 바로 나이며,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인임을 깨닫게 해 준다." 

(한때 유행했던) 극한의 의지를 강조하는 이런 자기 계발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되려 신선했다. 사실, 두 번째 책을 내고 난 다음, 한동안 나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년에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을 쓰고, 그다음 책을 이어서 쓰면서 소진되는 느낌도 있었다. 의도적으로 몇 개월 동안 쉬기로 했다. 여행도 다녀오고, 그간 못 봤던 넷플릭스도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쓸데없는 유튜브를 한참 켜놓기도 하고, 어느 날은 쓸데없는 걱정만 하고 있었다. 중요한 과제가 사라지니, 덜 중요한 과제들이 내 시간을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내 안에 근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미있다. 이런 식의 "죽을 만큼의 극기"를 강조하는 책을 정말 오랜만이었다. 코칭을 공부하다 보면, 경청하고 공감하고 질문을 통해 상대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우지만, 근본적인 것은 변화, 그 자체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게 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행동하게 한다면 의미 있는 접근이다. 데이비드 고긴스의 경험과 언행이 다소 터프하긴 하지만, 관점이 신선했고,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3가지 문장


"인생에서 가장 편안했던 날은 어제다." 


많은 사람들이 자족과 안위를 위해 살아간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하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스트레스 없는,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위해서다. 즉, 많은 이들에게 편안은 목적이자 도피처고, 스트레스는 피해야 할 무언가다. 


하지만 데이비드 고긴스는 놀랍게도 앞으로 더 불편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있는 그대로 괜찮아. 그런 스스로를 사랑해 줘'라고 말하는 수많은 자기 사랑 메시지를 한방에 보내버리는, 그런 메시지인데 그래서 더 강렬했다. 고긴스는 스스로를 더 불편하게 만드는 삶. 그것이 탁월함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생각한다. 

편안한 환경에서는 절대 강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관점에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앞으로의 삶에서 편안함을 기대하기보단, 역설적으로 불편함을 기대하는 것이 삶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그냥 변화를, 고통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늘은 충분히 불편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본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그 빌어먹을 운동화를 신어"


나는 일주일에 2번씩 헬스장을 간다. 한 번도 즐거운 적은 없지만, 일어나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가서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에너지가 생기는 걸 경험한다. 춥다고 혹은 덥다고 혹은 비가 온다고 집에 있지 말고,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비드 고긴스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불편함을 갈망하게끔 나 스스로를 세뇌했다. 비가 오면 달리러 나갔다. 눈이 오면 내 마음은 '빌어먹을 운동화를 신어'라고 말했다." 그는 울트라 마라톤을 하는데 30시간 동안 200km를 달린다. 30시간을 연속해서 뛴다니! 그러한 태도와 실천에서 나 또한 자극을 받았다. 사실 주 2회 헬스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스스로를 더 불편하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금은 헬스를 하지 않는 날은 '딱 10분'씩 달린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번도 달린적 없던 나에겐 큰 도약이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중이다. 




"대부분 해당되겠지만, 100%는 아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1%의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린 정보와 지식이 흘러넘치는 세상에 산다. 이젠 ChatGPT를 통해 전 세계 정보를 순식간에 정리 및 요약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식의 저주'에 걸리는 게 아닐까?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옴짝달싹 못하거나 체념하고 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차피 유전자에 대부분 결정되어 있어." "내가 이렇게 하는 논리적인 이유는.." "통계적으로 보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지.." 우리에겐 늘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근거가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고긴스는 유전적 한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는 것을 그만두고, 진실을 직면하고 고통을 마주한다. 비합리적으로 살아간다. 

정리하자면, 생각이 많을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외부 상황이 어떻고,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든 신경을 끄고, 그저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서 달리도록 만든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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