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OD Insights] 넷플릭스<흑백요리사>
1. 이번에 출연한, 셰프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존'이다. 서바이벌 형태이고, 저마다 최상의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력은 기본이고 어느 정도의 대진 운도 필수로 요구된다. 첫 번째 라운드의 경쟁률도 쉽지 않았는데, 80명 중에 고작 20명이 생존할 수 있다. 확률은 25% 4명 중에 3명은 첫 라운드에서 집에 가야 한다.
2. 통상적으로 성과(Performance)는 주로 산출물인 아웃풋(Output)과 궁극적 결과인 아웃컴(Outcome)으로 구분되는데, 요리사는 재료(Input)를 활용해서 맛있는 음식(Output)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이때 음식은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결과물이기에, 성패는 오직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려있다. 물론, 서바이벌 특성상 재료의 제약이 주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는 본인의 책임 영역이다.
3. 그렇게 내놓은 음식이 심사위원에게 전달되고, 그들의 판단에 따라서 생존 여부(Outcome)가 결정된다. 아무리 노력을 했고, 자신이 있는 요리라도 (Output), 심사위원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통과하지 못한다.(Outcome) 물론 심사위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게 공정한 거라고 말하면, 반론할 논리도 많다. 하지만, 그게 이 게임의 룰이고, 성과를 정의하는 방식이다. 그러한 방식에 동의한 사람들이 참여했고, 그에 맞춰 최대한 공정하게 겨루고 있는 것이다.
4. 흥미롭게 본 것은, 백종원 심사위원은 '맛 자체'를 중요한 기준이라고 밝히고 있고, 안성재 심사위원은 '맛'도 중요하지만, 요리사의 '의도'가 잘 전달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기준이 미세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워낙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기 대부분의 상황에선 결론이 좁혀졌다. 그럼에도 두 번째 블라인드 테스트의 몇몇 대결에서는 열띤 토론이 펼쳐졌는데, 그럴 때 좀 더 종합적인 관점을 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5. 다시 말해, 각자의 주관성을 갖고 판단해서 모두 OK 하면 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더 많은 요소들 (플레이팅, 완성도,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어쨌든 정해진 시간에 결론을 내렸다. 나는 그 과정을 보면서 치열한 '캘리브레이션 미팅'을 보는 것 같았는데, 실제 조직에서도 평가 시즌에는 평가 대상자를 놓고, 직속 리더를 비롯한 리더들의 다양한 관점을 모으고, 최대한 종합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결국 캘리브레이션은 다양한 주관성을 모아 객관성을 추구하는 과정이고, 이를 '간주관적(Intersubjectivity)' 평가라고 부를 수 있다.
6. 종종 우리는 '100% 공정한 평가'라는 것을 꿈꾸지만, '공정' 앞에 전제되는 것은 '명확한 기준'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축구공에 손이 닿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고, 농구에서 농구공을 들고뛰는 것이 허용되지 않듯, 모든 평가는 '설계자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장치이고, 그러한 틀과 맥락 안에서 최대한 공정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외부 환경에 영향받지 않는 스포츠도 이럴 진데, 시시각각 변하는 조직은 더할 수밖에 없다.
7.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바이벌 게임에선 심사위원의 판단이 아웃컴이고, 일반적인 가게에선 고객의 만족과 그로 인한 매출이 아웃컴일 것이고, 아마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선 비용 절감과 수익구조 개선이 아웃컴일 것이다. 원하는 결과(Outcome)를 명확하게 밝히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대하는 결과(Output)를 정의하고,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것. 즉, 성과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고,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8. 조직도 마찬가지다. 100% 공정한 평가는 여전히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꼭 필요하다. 의 심사처럼 충분한 실력과 권위를 갖춘 평가자가 평가를 하고(리더십 훈련이 요구된다.), 최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미리 공유되고(기대 관리가 중요하다), 한 명이 모두 결정하기보단 다른 의견을 토론하는 캘리브레이션을 진행한다면 좀 더 나은 평가가 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