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OD Insights] 넷플릭스<흑백요리사> 시리즈 3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대한 3번째 글이다. (1편 일의 의미, 2편 공정한 평가) 지금 워낙 유행이고, 그에 대한 2차 콘텐츠 역시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한 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훌륭한 리더십 교보재라 끄적끄적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개인전도 좋았지만, 팀전부터 훨씬 더 재미있었다. 짧은 시간에 조직과 리더십을 이렇게 잘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해답은 있다. 특히, 맥락과 상황에 더 적절한 리더십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팀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최현석과 트리플 스타 리더십을 정리해 봤다. 아무래도 설명 과정에서 스포일러가 나올 수밖에 없기에, 혹시 프로그램은 시청하지 않은 분들은 시청 후 글을 읽는 걸 추천드린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 고기 대결에서 트리플 스타가 이끄는 흑수저팀은 육전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지만 백수저팀은 명확하지 않았고, 심지어 방향성이 이리저리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각자의 실력이 좋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었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생선 대결에선 최현석 셰프가 이끄는 백수저팀이 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앞선 트리플 스타보다 훨씬 더 선명한 이미지를 갖고 카리스마 있게 밀고 갔다. 최현석과 트리플 스타가 목표를 정한 방식은 사뭇 달랐지만, 다른 팀들에 비해서 명확함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했다.
팀과 무리를 나누는 기준은 '명확한 목표'다. 목표는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분시켜 준다. 목표가 희미하면, 자원은 낭비되고 시간은 버려진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 설정이기에 그만큼 리더의 책임을 요구한다. 물론, 목표가 꼭 리더로부터 나올 필요는 없고 바텀 업으로 도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의사결정 방식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다. 예를 들어, 일정 시간까지 아이디어를 받고 다수결로 정하자는 '의사결정 틀'을 리더는 제시해야 한다. 그에 대한 강-약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단, 시간이 타이트한 상황에선 바텀업보단 탑다운으로 흐를 여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도 그렇듯, 정말 어려운 과제는 팀-개인까지의 얼라인이다. 왜냐하면 목표는 한나의 가능성이자 아이디어일 뿐, 아직 '현실에 맞춰서' 소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팀전에서도 리더가 아무리 결과물을 이야기하더라도, 팀원들 입장에선 이게 맞는 것인지, 계속 헷갈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팁은 빠른 프로토타입과 피드백이다. 가장 잘 보여준 팀이 고기 대결에서 트리플 스타가 아닐까. 그는 육전 요리를 어떻게 할지 끊임없이 소통했고, 최종 결과물만을 바라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 결과물을 만들어서 빠르게 피드백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중화풍 야채 볶음'은 아삭한 식감이 중요하다고 철가방 요리사의 결과물을 다시 한번 바로 잡게 되었다. 아마 그 과정이 없었다면 흐릿한 목표가 현실로 구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현석은 애초부터 본인이 다 책임질 테니, 믿어달라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그래서 아이디어 모을 시간에 재료부터 독점하러 달려갈 수 있었다. 단, 너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모습이나 소통이 없는 모습이 아쉽다는 의견도 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데, 최현석은 팀 빌딩 단계에서부터 '본인 스타일'에 대해 팀원들과 얼라인을 했다고 본다. 즉, 일하는 방식에 대한 얼라인을 모두 마쳤고, 리더 스스로 아웃풋 이미지도 명확했기 때문에,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음에도 특별한 갈등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에드워드 리가 보여준 팔로워의 품격에 박수를 쳤지만) 얼라인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팀 리더를 만들었다면 팀 리더를 믿어야 합니다."
모든 팀이 전문가 집단이었고, 다들 알아서 강점을 잘 발휘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팀들이 좀 더 역할 분배가 착착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트리플 스타 팀에는 이모카세와 급식대가가 있었는데, 중간에 재료 손질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규모 음식을 만드는데 특화된 분들이기 때문에 그 강점이 잘 발휘된 것이다.
최현석 팀에서도 재료 손질부터 준비, 소스 만들기 등 각 멤버들이 수행해야 할 미션이 명확했다. 특히, 안유성 명장이 광어를 손질하는 모습에서 엄청난 프로페셔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최현석 본인이 스스로의 강점을 잘 발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대파를 구하러 능청스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그의 강점을 볼 수 있었다. 만약, 그 미션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여했다면 "적절한 사람이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 만큼 대체 불가능한 역할이었다고 본다.
반면, 승리하지 못한 팀에서는 약간의 언쟁들이 존재했다. 그때 리더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각자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빠르게 부여했다면 나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심사위원들 입장에선 "저 팀은 뭔가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데?"라는 인상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판단해 포함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종 결과는 결국 '좋은 팀워크'를 발휘한 쪽으로 흘렀다. 짧은 시간에 리더십의 여러가지 스타일과 그로 인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시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