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s jones, MYER,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야라강
2017.10.06
호주 가족 여행 8일 차 기록 (in Melbourne)
오늘은 호주 여행 마지막 날이다. 이제 웬만한 일정은 모두 마쳤다. 내일은 아침부터 공항으로 가야 하니, 오늘은 짐을 싸기로 했다. 일정도 최대한 간략하게 구성했다. 마지막이니, 무리하지 않기로.
1. 긴급상황. 물건을 잃어버리다.
오늘 아침에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화장품이나 영양제를 다 구입했었고, 짐만 싸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2일 전에 구입한 '빌베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문제는 같이 산 다른 물건은 다 괜찮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불찰일 가능성이 높았다. 길가에서 흘렸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일단 일단 구입한 상점으로 서둘러 가보기로 했다. 일단 어찌 된 영문인지 사정이라도 물어보고, 아니면 CCTV라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가는 길 내내 걱정이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영어 문장을 만들어 낸 날이다. 되지도 않은 영어로 일단 가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한참 통화하더니 새것을 하나 주는 것이 아닌가. 사실 매장 측 잘못이라고 보긴 어려운 사건이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가 나쁜 의도가 이렇게 말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15만 원 이상의 물건을 선 듯 건네는 모습에서 정말 '서비스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고객에 대한 최상의 신뢰와 관대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심지어 백화점처럼 큰 곳이 아니라 작은 가게 었음에도 말이다. 멜버른에 온 걸 확실히 잘 했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더라. 혹시 멜버른에 갈 분들에게 추천하자면, 사진을 참고하시길 :)
가게 이름은 FRONTIER HEALTH (아주 작은 가게라서 검색해서 나오진 않는다.) 위치는 스완스톤 스트리트와 보크 스트리트 사이에 있다. 정확하게는 174, Swanstone ST (링크는 구글맵) 물건도 서비스도 최고다. 추천 추천 :)
2. 백화점 쇼핑 (Davids jones, MYER) &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 Yarra river
오후에는 간단한 쇼핑을 했다. 사실 호주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옷을 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지금이 겨울옷 구입의 적기란 판단이 들었다. 호주는 이제 봄이 되는 시점이라, 겨울 옷이 대거 할인에 들어간 상황이었고 우리나라는 이제 슬슬 추워지고 있었기에. 멜버른 시내의 Davids jones와 MYER를 돌아다녔고, 몇 가지 옷을 샀다. 예정이 없는 지출이지만, 괜찮은 소비를 했다. 이런 게 자유여행의 묘미 아닌가.
위의 사진은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이다. 멜버른과 시드니의 차이점을 말할 때, 멜버른은 이러한 고풍스러운 건물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플렌더스 스테이션과 그렇고, 이 건물도 상당히 멋있다. 나는 이런 멜버른이 더 좋더라.
3. 가족과의 대화
드디어 긴 여행의 마지막 만찬이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나름의 소회도 나누는데,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더라. 티브이에서 꽃보다 할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언제 한번 저런 경험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이번 여행이 딱 그랬다고. 듣고 보니 그랬다. 사실 울 아버지는 일 년에 몇 번이나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 대부분은 패키지다.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
그런데 이번만큼은 내가 짐꾼 역할을 맡으면서, 완전한 자유여행을 해본 셈이다. 나도 즐거웠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내년이 아버지 칠순인데, 이를 맞이해서 가족과 좋은 기억을 만든 것 같아 기뻤다. 물론 시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까지 신경 써야 했던 울 아내가 가장 고생 많았고. :)
이제 집에 간다. 스스로 약속했던 여행 중 하루에 한 번 글쓰기도 이제 거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