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든 것이 되는 법> 첫 번째 리뷰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정보를 얻기 위해, 재미로, 혹은 업무를 위해서.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 한가지다. 위로받고 싶어서. 사실, 어디선가 이 책에 대한 홍보글을 봤다. 메인 카피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넌 결국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
다 읽어본 입장에서 사실 책은 그다지 특별하진 않다. 저자의 메시지는 TED강연 <어떤 사람들에겐 하나의 천직이 없는 이유>에서 말하는 것이 전부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그 강연만 봐도 된다. 그럼에도 굳이 읽은 이유는,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해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거라 믿고 싶어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규정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이력도 특이하다. 공대를 나와서, 영업을 하다가, 강의도 하다가, 지금은 HRD를 한다. 보는 책도 그렇다. 뭐 하나 주제를 가지고 파고드는 사람들의 눈에 나는 그저 '어중간한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다. 변명할 생각은 없지만, 내 입장에서도 논리는 있다. 무엇보다 '깊이 파기 위해선, 넓게 파야 한다'고 믿기에. (그렇다고 지나치면 안 된다) 또, 다른 이의 시선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내적 기준이 더 중요한 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타인의 시선에 반응하는 나를 본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의 주장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펼쳐본 책이다. 일단, 저자가 던지는 위로의 메시지를 들어보자.
높은 수준의 전문적 기술이 중요한 특정 분야와 직위가 있다. 심장 전문의는 고도로 전문적이어야 하며, 이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기필코 전문의가 내 심장을 수술하도록 할 것이다! 반면 만성 건강 질환을 치료해야 할 때면 심장에 관해서는 덜 전문적이더라도 신체의 각 체계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일반의에게 치료받는 편을 더 선호할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내 주치의를 찾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면허증을 소지한 침술사이자 기능의학 임상의인 동시에 자격증을 갖춘 자연요법의다. 이 말은 곧 그가 필요에 맞게 다양한 다양한 처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전문의와 일반의는 둘 다 소중하며 필요하다. 단지 경우에 따라 필요한 대상이 달라질 뿐이다. P.34
당신이 소장한 책이나 도서관 대출 기록을 살펴보자. 당신은 그저 단일 주제에 관한 책들을 읽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아마도 다양한 통합 주제가 담긴 서적들을 사랑할 것이다. 지금 바로 내 책장을 훑어보면 서로 다른 분야들 간의 관계를 다룬 책들이 보인다.
이를테면 건축과 심리학, 수학과 색, 걷기의 철학처럼 말이다. ... 전문가들이 단일 분야에 뛰어난 데 반해 다능인들은 영역을 혼합하고 그 교차점에서 작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분야들 간의 관계성에 대한 더 깊은 수준의 지식을 성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만의 전문성이다. P.35
모든 사람이 꼭 전문의가 될 필요는 없다는 말. 좋은 비유다. 나 역시 그렇다. 되려 내가 해야 할 역할은 수 많은 전문가들, 업계의 구루들에게 일반인도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이 아닐까. 그래서 리뷰를 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갖고 공부하면, 전문 지식은 더딜 수 있지만 전문가들이 보지 못한 '균형잡힌 시각’도 쌓일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하게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그 교집합을 만드는 것, 그것을 '나만의 전문성’으로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다능인이 살아남는 길이다.
전문의와 일반의는 둘 다 소중하며 필요하다. 단지 경우에 따라 필요한 대상이 달라질 뿐이다.
우리가 빠져든 모든 일이 수입을 내고 상당한 의미까지 느껴진다면 가히 환상적일 것이다. ... 그러나 수익성을 가치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직업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더라도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상당히 가치있을 수 있다. ... 결국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만큼의 돈이 있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활동 중 어떤 것이 수입을 창출하더라도 상관없다.
같은 매락으로, 단지 돈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도 괜찮다. ... 닐 휴스는 프리랜스 프로그래머로, 동시에 작가이자 희극배우이기도 하다. .... 프로그래밍은 그의 가장 수익성 좋은 기술이며, 비록 다른 프로젝트들 정도의 의미를 선사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일로 다른 프로젝트들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반드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듯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P. 65
책을 읽으며, 꽤 해소된 부분이 있다. 바로 '수익과 가치'의 균형이다. 나는 비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편이다.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일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활동이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말은 나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전형적인 자기 계발서지만, 어떤 의미에서 힐링 서적이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반드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듯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 다능인은 너무 어려워질 때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너무 쉬워질 때 그만둔다.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무리라는 것은 외형의 종결 지점을 의미한다. 반면에 다능인들은 애초에 얻고자 하는 것을 얻게 되었을 때 마무리를 한다.
- 개인적인 종결 지점과 저항을 혼돈하기 쉽다. 둘 다 지루함, 두려움, 불안감을 느끼게 만든다.
- 당신이 느끼는 것이 저항인지 결정하는 방법은 당신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어려울 때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쉬워질 때 그만둔다는 말. 정말 맞다. 나 역시 변화를 갈망할 때는 늘 ‘지루함을 느꼈을 때’다. 2015년 하반기가 그랬다. 강의하고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바빴던 시기다. 한 달에 30~35번 정도의 강의가 있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떠들었다. 처음엔 내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그때는 정말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일하고 있지만 ‘불안했다'. 축적하지 못하고 쏟아내고 있는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결과적으론 그때 내가 느낀 느낌이 맞다. 계속해서 같은 일을 했다면, 지금 내가 가진 수준의 고민은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잘 그만두는 것은 변화의 초석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너무 어려워질 때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너무 쉬워질 때 그만둔다.
만약, 이 글을 보는 내내 끄덕 거렸다면, 당신도 다능인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에 대한 답은 다음 리뷰에서 정리하기로 한다. 오늘은 이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