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의 조건> 시즌 2, 두번째 책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조직문화는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는 참 어렵다. 성과는 뛰어나지만 조직문화는 별로라고 평가받는 기업도, 그 반대의 사례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 또한 천차만별이라 혼선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조직문화를 `'설립자의 가치, 신념, 가정 등이 무의식적으로 공동 학습되고 조직이 성공하면서, 모두가 공유하고 정당하게 여기게 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동안 다양한 조직에서 조직문화와 리더십, 그리고 성과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자 끊임없이 탐색해 왔다.
"조직문화는 성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마음속을 떠돌 때, 나는 여전히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의 책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를 꺼내 든다. 9년 전 처음 읽었던 이 책은 AI가 지배하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날카롭고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좋은 책은 시대를 관통하는 법이다. 트레바리 <탁월함의 조건> 시즌 2, 두 번째 책으로 이 책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느낀 단상들을 기록해 본다.
약 6년 전, 대니얼 서스킨드의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를 읽었다. 당시 저자는 기술적 실업으로 인해 부를 독점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의 불평등이 극심해질 것이라 예언했다. 국가와 기업, 개인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 재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하는 정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보편적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에는 막연한 미래라고 생각했지만, 그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들려오는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은 그야말로 파괴적이다.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효율화를 명분으로 수만 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과거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일들이 AI와 로봇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으며, 말도 안 되는 기술의 변화 속도는 인간의 추격 의지를 거의 무력화시킨다. 이제 경험이나 숙련도, 성실함만으로는 '내가 왜 이 직장에 존재해야 하는지'를 증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이 사라지는 시대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는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인간은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AI 시대에 걸맞은 조직문화는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생계 수단이 아닌 '일' 그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를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성과를 정의하며,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반대 개념인 육체 노동자(Manual Worker)는 단순 반복 작업에 의존하는 경우를 뜻하지만, 사실 이는 단순히 직업이나 환경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도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지식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한다면 그는 지식 근로자다. 최근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의 셰프들이 좋은 예시다. 반면 사무실에 앉아 있더라도 정해진 틀 안에서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그는 육체 노동자에 가깝다. 즉, Knowledge Worker와 Manual Worker이 차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는지, 몸을 많이 쓰는지가 아닌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결정된다. (더불어, 한글 표현보다 영어 표현이 더 와닿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 근로자는 일을 통해 무엇을 경험할까?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하기도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은 '일을 통한 즐거움'이다. 호기심을 갖고 실험하며, 전문성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린 자연스럽게 내적 동기가 높아진다. 이때의 즐거움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사회와 관계 맺으며 자신의 효능감을 확인하는, 인간 존재로서 본질적인 즐거움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는 AI 시대에 살아남는 유일한 사람은 직종에 상관없이 '일' 그 자체를 즐기는 지식 근로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배우고 적응하며 새로운 직업과 조직을 만들 것이고, 스스로를 고용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어쩌면, 지금의 세상을 예견한 것이 아닐까?
책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의 결론은 명쾌하다. 인간의 일하는 동기에는 즐거움, 의미, 성장이라는 `직접 동기'와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이라는 `간접 동기`가 있다. 직접 동기를 높이고 간접 동기를 낮추는 조직이 결국 높은 성과를 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과의 성격인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할 때는 '간접동기'도 충분하다. 하지만, 복잡하고 모호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지금 같은 시대에는 직접 동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결국, 우리가 설계해야 할 조직문화는 구성원이 일 그 자체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예를 들어, '정서적 압박감'을 낮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상대평가 제도를 개선하거나, `일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고객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영향력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조직이 간접 동기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마인드셋은 여전히 당근과 채찍 모델에 익숙하다. 그리고 '측정하기 쉽고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을 극복하고 적응력이 높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의 확고한 신념과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책에서 제시한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직접 동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바로 `직무 설계`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였는데, 직무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스스로 자신의 일과를 구성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직접 동기는 상승한다. 당장 조직 전체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험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안을 준다. 물론, 모든 직무를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톱니바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으로서 직무 설계의 두도성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공자는 <논어>에서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배움과 일에서 '즐거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아오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도 그와 유사하다. 인간에 대해 실망하거나, 지치는 경우도 분명 있었지만, 밑바탕에는 `어떻게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더 나은 조직으로 변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실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답은 어렵고, 여전히 실험 중이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 크다.
아마도 HR의 역할 역시 크게 변할 것이다. 단순한 인력 관리와 운영을 넘어, 구성원 각자가 지식 근로자로 거듭나도록 돕는 것, 직접 동기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설계하는 '조직개발(OD) 전문가' 그리고 'HRBP(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역량이 강력하게 요구되지 않을까? 결국, 인간과 조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업하며 성과를 낼 것인가?`라는 시대적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일자리는 줄어들고 업무 프로세스는 AI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조직, 기존에 없었던 실험은 여전히 등장할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우리들이 일에서 멀어지고, 조직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보다, 여전히 일에서 의미와 성장, 즐거움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이 책,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를 권한다. 다양한 관점과 대화도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