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Feb 21. 2018

그릿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

책 <Grit> 마지막 리뷰

그릿 3부작 중, 마지막 글이다.


1부 <그릿이란 무엇인가>가 그릿의 중요성과 정의, 2부 <그릿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그에 관한 방법론이라면, 이번 글 <그릿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는 양육과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아이가 있는 분들이나, 교육, 육성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어떻게 하면 그릿을 길러줄 수 있을까?





첫째. 엄격하고 애정 어린 양육을 하라.


그릿은 끊임없이 높은 기준을 요구받는 시련 속에서 단련될까? 아니면 따듯하게 감싸인 애정 어린 지지 속에서 길러질까? 정답은 말할 것도 없이, 둘 다 필요하다. 멋진 나무가 되기 위해 따뜻한 햇살과 강한 비바람 모두 필요한 것처럼, 엄격하지만 애정 어린 양육 속에서 그릿은 무럭무럭 자란다.


애정 어린 지지와 사랑은 ‘애착 육아’와 결을 같이 한다. 애착은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도전을 즐기고 자유로운 존재이며, 이를 위해선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갖는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겪는 관계인 부모와의 강한 믿음과 신뢰는 아이의 자존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나 역시 기본적인 육아관은 애착 육아에 뿌리를 둔다. 제대로 애착될 수 있어야, 올바르게 분리될 수도 있다는 말에도 깊이 공감한다. 이와 관련한 책으론 <하루 3시간 엄마 냄새>나 <스마트 러브> 그리고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가 있다. 육아에 관심 있는 분들께 권한다.


애착 육아를 위한 필수품, 아기띠 :)


하지만, 아무리 애정을 주고, 신뢰하더라도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피드백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더 잘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공동체로서의 규칙을 요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자유는 방임이 되기 쉽고, 엄격함이 없는 애정도 빗나가긴 마찬가지다. 그것이 높은 기대와 규율이 필요한 이유다. 햇빛만 가득한 곳은 사막이 된다.


“우리는 자녀들이 분명한 원칙과 도덕 지침에 따라 살도록 가르쳤습니다. 우리가 그래야 하는 이유를 확실히 설명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늘 알고 있었습니다.”


애정 어린 지지와 엄격한 훈육 중에서 무엇이 더 어려울까? 4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그리고 청소년 교육을 해봤던 경험으로 답해본다면, 단연 후자다. 따뜻한 말이나 격려로 친구가 되는 것은 쉽지만, 스승이 되는 것은 어렵더라.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일관적으로 적용하려면, 나부터 그렇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지켜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각자의 삶에 끊임없이 대입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 학생들에게 진심을 다해 '하지 말라' 혹은 '하라'고 권할 수 있다. 실천 없이 말만 하면 꼰대가 된다.


가르치는 것의 본질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언행일치를 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되는가. 그렇기 때문에 엄격함을 지켜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 집 규칙 중 하나는 스마트 폰이나 티비를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아내와 함께 정한 룰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티비를 켜지 않는다. 불편할 때도 있지만, 참아야 한다. 자식은 부모가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하는 대로 하기 때문에. 부모다운 부모, 어른다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될 수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가 될 수 없다.”



2. 흥미로우면서 어려운 일을 하게 하라.


특별 활동(동아리)과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학교를 다니며 특정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성과를 보인 학생들이 그릿이 높았다. 활동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든, 학생회를 하든, 토론을 하든 상관없이 작용했다. 어떤 일에 끝까지 참여한 경험은 그릿을 요구하는 동시에 길러준다. 우리는 종종 선수 수준으로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그 이후에도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경우를 목격한다. 숙련 과정에서 쌓은 그들만의 그릿은 버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버드에서도 학업 성취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추구하고, 남다른 열의로 절제한 학생들을 뽑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입학처의 어느 누구도 이 학생들이 하버드에 와서 똑같은 활동을 계속하길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운동선수를 예로 들어봅시다.” 피츠시먼스가 설명했다. “그 학생이 부상을 당해서 운동을 그만두고 팀에서 빠지기도 결정했다고 합시다. 운동을 통해 계발된 그 학생의 열의, 동기, 노력 그리고 투지는 거의 항상 다른 영역으로 그대로 옮겨 가더군요.”


공부만 잘한다고 갈 수 있는게 아니다.


정리하자면 '당신의 자녀가 완성을 경험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활동을 도전적이고 자율적으로, 끝까지 해보는 경험은 각자의 삶을 지탱할 원료가 된다. 좀 더 쉽게 해볼 수는 없을까? 하나의 사례가 더 있다. 저자 '안젤라 덕워스'의 가족에겐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라는 룰이 있다. 가족 내에서 그릿을 재미있게 기르는 방법으로 참고할 만하다. 나중에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우리 집에서도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다음은 3가지 규칙이다.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규칙

1. 온 가족이 어려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
2. 어려운 일도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업료를 낸 기간까지, 또는 자연스럽게 끝낼 시점까지는 그만둘 수 없다.)
3. 스스로 어려운 일을 선택한다.



3. 훌륭한 팀이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팀이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 당신이 어떤 문화를 받아들이면 그 내집단에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갖게 되고, 그때 진정한 일원이 된다. 그것은 그릿을 익힐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이것은 비단, 이 책만이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소셜 애니멀> <스위치> <탤런트 코드> 너나 할 것 없이, 변화와 관련한 대부분의 책은 '함께함'을 강조한다. 왜일까? 그것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강한 그릿을 원한다면, 그릿이 넘치는 문화를 찾아서 합류하라. 당신이 리더이며 조직 구성원들이 강한 투지를 갖기를 원한다면 그런 문화를 조성하라."


최근, 평창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경기를 보다 보면 다들 죽을 것처럼 연습하고 있다는 사실이 카메라를 넘어 안방까지 전해진다. 그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간단하다. 옆에서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행동은 저항이 높지만, 함께 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저항은 사라진다.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보며 닮아간다.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 연습생도, 공부하는 학생들도, 운동하는 선수들도 모여서 함께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나도 너도, 모두가 그렇게 훈련한다


“나는 올림픽 선수들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대체 어떤 괴짜들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수영 연습을 하러 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훈련을 견디다니 기이한 사람들임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연습을 하러 가는 곳에 들어오면 자신도 그렇게 하게 됩니다. 그게 별일이 아닌 것 같고 습관이 되죠.”


그런 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여자 축구 역사상 최다 우승을 거둔 코치, 앤슨 도런스. 그는 ‘언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조직이 핵심 가치를 내세우지만 일상에서는 완전히 무시된다. 앤슨 도런스 감독은 12개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 인용문 12개를 엄선했다. 절반은 협동심, 절반은 그릿에 관한 내용이다. 선수들은 이를 암기할 뿐만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 매년 3개씩 4년간 총 12개의 핵심가치를 외우게 된다. 언어를 통해 서서히 문화를 구축한다. 방법은 2가지다. 그릿이 강한 문화를 스스로 구축하거나, 찾아 나서라.


앤슨 도런스의 '12개 핵심가치' 중에서

우리는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인생의 진정한 기쁨은 자신이 인정하는 위대한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데 있다. 우리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세상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잔뜩 열을 내며 한탄하는, 질병과 원망이 가득한 사람이 아니라 자연의 힘이 되어야 한다.”




다시 질문해보자.

어떻게 해야, 그릿을 길러줄 수 있을까?


엄격하고 애정 어린 양육을 하라.
흥미로우면서 어려운 일을 하게 하고, 그릿이 넘치는 문화를 찾아서 함께하라.
아니면, 그런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라!


그릿이 높은 사람일수록 건강한 정서적 삶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행복감을 어떤 식으로 측정하든, 그릿 점수가 최고점일 때까지도 그릿과 행복감 간에는 비례 관계가 성립됐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 단 한분이라도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단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정답이 있겠는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천재란 노력하지 않도록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아버지 말이 맞다. 나도 아버지도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천재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부단히 탁월성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아버지도 천재고, 나도 코츠도 천재다. 그리고 여러분도 부단히 노력할 마음만 있다면 천재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릿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