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철학배틀>부터 <혁신가의 질문>까지
[월간 북리뷰]의 이름을 [월간 책거리]로 바꾼다. '월간'은 한글인데, '북리뷰'는 영어라서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었다. 좀 더 나은 단어가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것이 '책거리'라는 단어다. 유래를 찾아봤다. 조선시대 서당에서는 학동이 책 한 권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판단되면 ‘책거리’라는 행사를 행하였다고 한다. 책거리는 하나의 책을 다 뗀 학동에 대한 축하를 하는 한편, 그를 가르친 훈장의 노고에 감사를 올리는 소박한 행사다. 깨끗이 씻은 책에 새로운 지식을 채우듯이 다시 마음을 새로이 닦아 한 걸음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는 선생이나 부모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정말 멋진 뜻이 아닌가! :)
1. 대논쟁! 철학 배틀_하타게야마 쇼
참신한 기획 덕분에 읽기 전부터 꽤 기대했던 책이다. 그리고 이내 실망했다. 철학 배틀이라고 보기에는 그저 철학자들의 서로 다른 입장만 서술하는 식이다. 제대로 된 반론은 별로 없고, 마지막에 소크라테스가 마치 이황처럼 ‘너도 옳고, 너도 옳다.’ 뭐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철학 입문서라고 보기에도 아쉽다. (조금 더 어렵긴 하지만) 차라리 [정의란 무엇인가]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더 권하고 싶다. 한 가지 배울만한 점은 일본 작가 특유의 간결한 요약. 그리고 참신한 기획력이다. 이런 식으로 기획할 수 있는 작가가 흔할까 싶다. 나에게 부족한, 탁월한 능력임에는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것은 바로 세계를 계속 음미하기 위해서야. 우리 철학자들의 메시지는 이것일세. 실은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하고 있는 일이지. 특별할 것은 없어. 지금 이렇게 사물을 생각하고 음미하고 있는 독자들이 하고 있는 일이란 말이야. 지혜를 사랑하는 여러분들, 아무쪼록 행복한 삶을 살기를!
2.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_유정식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님의 책이다. 인간은 쉽게 편견에 사로잡히고, 인식도 불완전하다. 조직이 되면 어떨까? 그 정도가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왜곡이 강화되기도 한다. 직관적으로 맞다고 여기는 사실들이 ‘철저한 실험과 검토에 의해서’ 거짓으로 밝혀지는 일이 많은데, 그러한 사례를 모은 책이다. 조직 심리를 들춰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저자 블로그가 책의 원료라서, 하나의 흐름으로 쭉 이어지는 느낌은 약하다. 곁에 두고 키워드별로 슬쩍슬쩍 참고하기에 좋다.
유정식 대표님의 블로그, 조직과 HR 관련하여 좋은 글이 많다.
질문술사님이 오래전부터 추천했던 책인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아니, 이걸 이제야 보다니! 몇 장 넘길 필요도 없었다. 말할 것도 없이 3월의 책으로 선정한다. 경영과 리더십에 관심이 많은데, 이 정도 수준의 책은 인생 Top 10으로 바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강력 추천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글로벌 코칭 프로그램인 [랜드마크 포럼]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 책을 100%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Integrity라는 단어 하나만 해도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독서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번역도 살짝 아쉬웠다. 참고로, 랜드마크 포럼을 들은 사람에겐 필독서다. 포럼 참가 당시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2010년에 참가했는데, 지금으로부터 8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조만간 내용 정리하고자 한다.
깨어있는 리더들의 7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하나, 무조건적인 책임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둘, 본질적인 성실함 : 자신의 본질적인 가치에 맞게 행동하면서 진정한 성공인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셋, 존재론적인 겸손함 :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멘탈 모델Mental Model이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고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다.
넷, 진솔한 커뮤니케이션 : 생산적인 대화의 목표는 타인의 행동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상대가 알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는 것이다.
다섯, 건설적인 협상 :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대안을 찾도록 해준다.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협동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여섯, 완벽한 약속 이행 : 성공적인 약속 이행에는 명확성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즉, 자신이 요청하는 바를 분명하게 밝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일곱, 감정의 능숙한 통제 :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타인을 다룬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업무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깨어 있지 않은 리더들은 위에서 열거한 원칙과는 반대로 행동한다. 그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을 비난하며, 윤리와 상관없는 단기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그러면서도 항상 자기들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테이블 밑에 의견 충돌들을 쌓아 놓으면서, 반대자들을 치기 위해 협상을 한다. 그들은 요청하지도 않았으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얻길 기대하고, 무책임한 약속을 남발하고, 자신들이 말한 바를 이행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폭발시킨다.
4. 자기경영노트_피터 드러커
자기경영의 고전 of 고전. 이번 달에 생산성에 대한 글을 적다가, 참고차 다시 읽었다.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인생 책인 [이너게임][굿투그레잇]처럼 3-4번 읽게 된다. 참고로 이 책을 보려는 사람에게 한 가지만 첨언하고 싶다. 처음 읽을 때 중간 이후에 정말 안 읽힐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냥 읽다 멈춰도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예전에는 이 책을 읽는데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더라. 무슨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고,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느껴졌다. ‘아, 이래서 고전이구나’ 싶다. 일단 사서 서재에 꽂아두시길 :)
5.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드는 변화 관리_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BR에서 ‘변화 관리’ 사례를 따로 모아놓은 책이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북러닝으로 신청해서 보게 되었는데, 좋은 내용에 비해서 ‘번역’이 아쉽다. 거의 직역 수준이다.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진도가 안 나가더라. 변화 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기에는 좋았다. 읽은 후 결론은, ‘존 코터’의 변화 관리 8단계 프로세스가 핵심이다. 많은 사례들이 나오지만, 그가 제창한 변화 프레임워크 위에서 놓인 느낌이다. 8단계에서도 핵심은 1단계 [위기 의식 고조]가 아닐까. 존 코터의 [위기감을 높여라]도 더불어 추천한다.
6. 구르는 천둥_더글라스 보이드
최근 계속해서 경영, 리더십 관련 책만 보다 보니 살짝 지쳤다. 한숨 돌리고 싶어서 고른 책이다. 인디언 치료사, 구르는 천등의 이야기(Rolling thounder) 웬 인디언인가 싶지만, 애초부터 관심이 많았다.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와 같은 책들을 볼 때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힐링이 된다. 그들의 삶과 지혜를 고스란히 느끼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전생이 있다면 인디언이 아니었을까 ㅋㅋ) 특히 재미있게 본 책은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인데, 이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미국 헌법이 당시 뉴욕에 살던 이로쿼이 족 헌법을 참고했다고 한다. 미국 헌법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것도 만들어졌으니 재미있는 인연이다.
“전통적인 인디언들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신들의 행동 양식에 따라서 살고 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삶이며, 따라서 자유로운 삶을 보장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삶의 방향을 갖고 스스로 목적을 추구하도록 돕는 것이 그들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진정한 문제는 협정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문제는 인디언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문제다. 사람들은 그 문제들에 대해 소위 해결책이라는 걸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그들은 의학적인 해결책, 정신 치료, 경제적 사회적 해결책을 말한다. 하지만 유일하고 진정한 해결책은 정직함이다. 인디언들에게 정직하라. 처음에 합의한 대로 협정을 지켜라. 그 협정들은 아직도 유효하다. 여러 해 동안 인디언들을 속이면서 저질렀던 모든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으라.”
7. 혁신가의 질문_박영준
앞서 ‘비즈니스 의식혁명’ 책을 추천한 질문디자인연구소 박영준 소장님의 저서다. 읽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지만, 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왜냐? 중간중간 보고 덮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끝까지 읽기 전에는 리뷰를 쓰지 않는 편이라, 중간에 리뷰를 섣불리 남기기가 조심스러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적 의미의 [책]이라기 보다는 [질문 참고서]에 가깝다. 시선이 외부로 향한 상태보다는 내면을 향했을 때 얻을 것이 많다. “어떤 새로운 정보가 있을까?” 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열망하는 사람에겐 살짝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물론 질문에 관한 정보는 아주 충실하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을 때, 참고서를 펼치듯 옆에 놓고 끄적끄적 되돌아볼 때 그제야 이 책의 ‘값어치’가 드러난다. 한번 쭉 읽고 넣어두는 용도가 아니라, 곁에 두고 한 번씩 꺼내서 답하기 위한 목적으로 좋다. 나 또한 그렇게 읽었다. 또한, 도식과 프레임워크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더욱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분일수록 더욱 자주 꺼내서 직접 작성해 보시길 권한다. '질문'은 이해가 아니라 숙련의 과정이니까 말이다. 나 역시 질문디자인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이 책을 통해 계속해서 배우고 익히고자 한다. 약속한 리뷰가 늦어서 소장님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다. 멋진 책 감사합니다. :)
하수는 자신이 아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묻는다. 중수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묻는다. 고수는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끌어내기 위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