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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Oct 15. 2018

월간 책거리 2018년 9월호

<조선왕조실록>부터 <승려와 수수께끼>까지 

[월간 책거리] 9월호 발간에 앞서 

지난달에 읽은 책은 9권이다. 여기서 4권은 오랜만에 만화책. 하하하.  


1-4.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권_박시백 

5. 진짜 성과관리 PQ_송계전 

6. 동호문답_이이  

7. 다시 장인이다_장원섭 

8. 라쿠텐 스타일_미키타니 히로시 

9. 승려와 수수께끼_랜디 코미사 




1-4.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권_박시백 

여행 가서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아니다, 이젠 과거형으로 말할 수밖에. 좋아했었다. 결혼 후, 특히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턴 여행지에 책을 가져가기 어려워졌다. 짐이 부쩍 많아진 탓도 있고,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도 짧은데 굳이 책을 봐야 하나란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이동 시간이거나, 아기가 잠들고 난 이후에는 여전히 책이 필요한데 그때 E-Book(리디북스)은 꽤 유용하다. 지난번에 미리 구입해 둔 조선왕조실록이 이번 일본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록을 볼 때마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오랜만에 본 만화여서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종종 만화도 읽어야겠다. 


5. 진짜 성과관리 PQ_송계전 

최근 몇 달 동안 성과 관리 관련해서 정말 많은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다. 이 책의 강점은 ‘질문과 답변’ 형태의 구성이다. 실무에서 충분히 물어볼 법한 질문과 그에 대한 실질적 답변이 이어진다. 그리고 저자가 가진 성과 관리에 대한 철학에도 100% 공감하는 바이다. 성과 관리란 단순히 인사 관리를 넘어서 ‘경영’ 그리고 ‘대화’라는 것.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성과 관리는 경영이고, 대화이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는 키워드를 짧게 정리하여 (마치 족집게 강사처럼) 제시하는데, 처음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그러한 개념들이 반복되니 나중에는 되려 헷갈리긴 하더라. (G.A.R.R.T / S.A.R.A.H / 중.안.당.깨 등등) 단순히 책 한 번으로 되는 게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 배워야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6. 동호문답_이이 


동호문답

동양 고전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닌데, 가끔 읽을 때마다 놀랄 때가 많다. 이번 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다음 글을 보자. 군주와 신하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간단하고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군주[人君]의 재능과 지혜가 출중하여 뛰어난 영재들을 잘 임용할 수 있으면 치세가 될 것이고, 비록 군주의 재능과 지혜가 모자란다 하더라도 현자를 임용할 수만 있으면 치세가 될 것이오. 바로 이것이 치세가 되는 두 가지 경우 라오. 그러나 군주가 [재능과 지혜가 출중할지라도] 자신의 총명만을 믿고 신하들을 불신한다면 난세가 되지요. 또 군주가 [재능과 지혜가 부족하여] 간사한 자의 말만을 편중되게 믿어 [자신의] 귀와 눈을 가린다면 난세가 되지요. 바로 이것이 난세가 되는 두 가지 경우 라오.” 


동호문답을 읽다 보면, 옛 사람들이 군주에게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군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바로 잡게 하려는 충심과 해야 할 말은 하는 당당한 모습이 동시에 엿보인다. 그걸 혼자만의 의견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옛 사례들을 가져와서 꽤 논리적으로 말하는데 몇 번이나 무릎을 쳤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르는 법, 진실로 군주다운 군주가 있다면 반드시 거기에 걸맞은 신하가 있기 마련이지요. 옛날에 성스럽고 슬기로운 군주가 큰 유위의 정치를 이루고자 할 때는 반드시 여러 신하를 두루 살펴보시되, 그들이 현명한지 아닌지 잘 관찰하여 그가 현명하면 그와 더불어 격의 없이 사귀었고, 속마음을 비춰보고 과연 그가 현명하다는 것을 믿은 연후에 큰 임무를 맡겨서 그에게 공을 이루도록 하는 책임을 지웠지요.”


결론은 이것이다. 나라가 잘 되는 것은 ‘군주’에게 달렸다는 것. 현명한 신하를 등용하고, 이후 일을 소신껏 할 수 있도록 신임하고 포용하는 것. 이 간단한 것이 주자학의 근본임을 율곡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운다. 율곡 이이나 주자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7. 다시 장인이다_장원섭 

연세대학교 장원섭 교수님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조직 개발과 관련하여, 무형식 학습이나 일터 학습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다. 교수님은 그와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이며, 이 책에서의 ‘장인’이라는 개념도 기존에 내가 생각하는 ‘삶의 예술가’와 닿아있다고 느껴서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스시 장인, 오노 지로 
“그렇다면 장인은 누구인가? 특히 현대적 의미에서 장인은 어떤 사람을 일컬을까? 나는 장인을 한마디로 ‘일하는 사람의 전범’이라고 정의했다. 장인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범이 될 만한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다.... 장인은 일을 통해서 존재의 의의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현대적 의미의 장인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은 읽어볼 만하다. 다만, 이에 앞서서 ‘장인의 탄생’이라는 책을 먼저 읽었으면 더 좋겠단 생각을 했다. 이번 책은 장인에 대한 입문서에 가깝지만 사례가 많지는 않은데, 그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장인은 일을 통해서 존재의 의의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8. 라쿠텐 스타일_미키타니 히로시 

이 책은 회사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책인데 다음 구절이 내 눈을 확 사로잡았다.  


"과연 우리는 전 세계인들과 뒤섞여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글로벌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까? 나는 그 성패가 오롯이 '사내 영어공용화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봤다. 이 프로젝트가 다소 과격했다는 점만큼은 나도 인정한다. 전례나 참고할 기준 또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아예 직접 붙이기로 결정했다. 'Englishnization'. 즉 '영어화’다.” 


일본 기업임에도 영어공용화라니. 굉장히 획기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한국 오피스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계속해서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 계획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크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영어가 꼭 필요한 부서부터 점진적으로 변화했다면 부작용도 적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은 칭찬할 만하다.


9. 승려와 수수께끼_랜디 코마사  


이번 달의 책으로 선정한다.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 이 책만큼 잘 설명한 책이 있을까? 읽다 보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계속해서 자문하게 된다. 기업가는 그 비전과 열정을 현실로 끌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다.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특히 스타트업에서 CEO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하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는 누구인지, 이 일을 왜 하려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운 좋게 성공을 맛본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모습’ 그대로 혼란 투성이인 조직을 보며 자괴감에 빠질테니 말이다. (이는 앞서 '장인'이라는 개념과 비슷한 부분이다.) 스타트업을 지향하는 예비 기업가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읽을만한 책이다.  


자기가 자신을 가장 잘 속인다. 모든 일이 자신에게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잘 알게 되는 순간은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선택할 때'다.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행동만이 그 사람을 표현한다. 평생을 바쳐도 좋은 일이라는 것은 평생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일 당장 지구가 망하는 순간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반드시 안전한 길은 아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다 보면 오랜동안 적응하고, 그러다 보면 성공을 하게 된다. 10,000시간을 견뎌 내려면 자신에게 맞는 일이어야 한다.  


10,000시간을 견뎌 내려면 자신에게 맞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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