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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an 10. 2019

책을 굳이 구입하는 이유

독서 Reading


빌려 읽기에서 사서 읽기로


내 독서 생활의 두 번째 결정적 시기는 대학 졸업할 때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1월, 라이프 코치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한 나는 턱없이 부족한 지식과 경험에 금방 좌절했다. 그리고 목표를 세웠다. 1년에 100권을 읽기로. 나는 늘 물이 턱까지 차고, 벼랑 끝에 몰려야만 발버둥 치더라. 기존엔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는 취미 독서였다면, 그때부턴 하나하나 파고드는 기획 독서를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책을 구입해야 했고, 당시의 판단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결정적 순간임을 이제는 깨닫는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평생을 살면서 5~6번은 직업을 바꿔야 한다. 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독서밖에는 살아나갈 길이 없다. 취미 독서가 아니라 기획 독서다. 지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전략 독서를 해야 한다.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야 언젠가 나도 모르게 뛰어들게 된다." (최재천)


왜 책을 사야 할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힘들게 모은 내 돈, 맛있는 치킨을 사 먹을 수 있는 그 돈을 가지고 책을 사다 보면 알게 된다. “이 책을 산건 최악의 선택이야!”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며 느끼는 것과, 내 돈이 나가는 건 본질적으로 다르다. 선구안은 투자와 함께 길러지는 법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이렇게 말한다.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기본적으로 책값은 싼 편이다. 책 한 권에 들어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고 한다면 그 몇 십배, 몇 백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보고 싶을 때 다시 볼 수 있다. 10년 정도 책을 읽으며 느낀 최고의 독서법은 단순하다. “최고의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전 세계의 석학과 지의 거장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책을 사서 읽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거인의 어깨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책장에 있다.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기본적으로 책값은 싼 편이다.
  

"혹시 예전에 읽었던 책이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한번 읽어본 경험이 있는가?... 어떤 책이 읽고 싶어 졌을 때 그 책이 곁에 없어 읽을 수 없다면 그것은 귀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책은 반드시 나만의 장서로 소장하며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 (지적 생활의 발견)



대충 읽기에서 제대로 읽기로


수불석권이라는 사자성어를 아는가? 오나라의 여몽은 강한 장수였으나, 학식이 부족했다. 손권이 책을 권하며 이렇게 말한다. “손에 책을 들고 다녀라, 그럼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결국 여몽은 무력과 지식이 모두 뛰어난 장수가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여기서 수불석권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나 역시 독서 습관에서 아주 강조하는 부분이다. 얼마 전, 지난 10년 간 읽은 책을 정리하니, 약 800권 정도 되더라. 하지만 앉아서 읽은 책은 채 20권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책은 출퇴근 길이나 자투리 시간에 읽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책을 구입하고, 읽든 말든 늘 가지고 다닌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들고 다니다 보면, 생각보다 자투리 시간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책을 사지 않는다. 한 가구가 책을 사는데 쓰는 비용은 한 달 평균 1만 5천 원이다. 2만 원짜리 치킨보다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어쩌면 책의 가치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조선 실학자 위백규는 독서의 정수를 맑은 물에 비유한다. 책에서 가치 있는 지식을 뽑아내는 건 어렵지만, 그 이후에는 어디에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형광펜’을 잡는 것이다. "중요한 문장에 줄을 치는 것” 이것만으로 책 읽는 능력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형광펜으로 핵심을 추리고, 한 장의 구조도를 만드는 훈련을 몇 년 간 반복했는데, 그 과정을 통해 책의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각자 나름의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글을 지으려는 사람은 먼저 독서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물을 파는 사람은 먼저 석자의 흙을 파서 축축한 기운을 만나게 되면, 또 더 파서 여섯 자 깊이에 이르러 그 탁한 물을 퍼낸다. 또 파서 아홉 자의 샘물에 이르러서야 달고 맑은 물을 길어낸다. 마침내 물을 끌어올려 천천히 음미해 보면, 그 자연의 맛이 그저 물이라 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다시 배불리 마셔 그 정기가 오장육부와 피부에 젖어듬을 느낀다. 그런 뒤에 이를 펴서 글로 짓는다. 이는 마치 물을 길어다가 밥을 짓고, 희생을 삶고, 고기를 익히며, 또 이것으로 옷을 빨고, 땅에 물을 주어 어디든지 쓰지 못할 데가 없는 것과 같다. 고작 석 자 아래의 젖은 흙을 가져다가 부엌 아궁이의 부서진 모서리나 바르면서 우물을 판 보람으로 여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p.29 다산 선생의 지식경영법)



혼자 읽기에서 함께 읽기로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읽기’도 아주 의미 있는 시도다. 최근에는 트레바리와 같은 커뮤니티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나 역시 2010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서로 좋은 책을 권할 수 있어서 좋고, 지적 자극도 받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함께 읽기만큼 좋은 책 읽기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누군가를 가르쳐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배움의 궁극은 가르침이듯, 책 읽기의 궁극은 글쓰기다. 나 역시 처음에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좋은 글을 접하다 보니, 옮겨 적다 보니, 내 생각을 적다 보니, 조금씩 글쓰기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의 글쓰기에 나오는 말이다. “김대통령은 독서의 완결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했다. 노 대통령 역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영감을 정책에 반영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책으로 집대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처럼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잘 쓰고 못 쓰고 가 있는 게 아니라, 쓰고 안 쓰고 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도 일단 쓴다. 그렇게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고, 또 자극받는다면 그보다 큰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읽고, 쓰고, 표현하고.. 그 즐거운 선순환의 결과가 ‘지식의 축적’이라면 할만한 시도가 아닐까? 전공을 벗어나, 모두가 평생 동안 학습해야 하는 시대다. 지식을 쌓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



배움의 궁극은 가르침이듯, 책 읽기의 궁극은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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