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Jan 13. 2019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 (2)

관계 Relationship


네 번째, 지나치게 빨리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 조금은 특이한 기준인데, 이것은 철저히 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다. 10년 전, 부끄럽게도 나는 이런 목표를 가졌었다. “20대 젊은 코치이자 멘토가 되자.” 물론 그 목표에는 죄가 없고, 나 또한 선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 꿈을 이루려는 청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나의 조급증이었다. 서툴렀고, 어리숙했고, 아직도 후회하는 중이다. 멘토는 말이 아닌, 존재로 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보니, 일정 기간의 삶의 경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더라.  젊은 열정과 에너지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삶의 기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삶에서 건너뛰어도 좋은 단계는 없다.  


젊은 나이에 빨리 유명해지고, 강연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그들이 부러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유명해도 자신의 삶에서,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은 차라리 아이를 낳아 헌신하는 엄마들이나 새벽잠을 설치며 함께 돌보는 아빠들과 같이 성실하고 평범한, 우리네 주위 사람들을 더 신뢰하게 된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인생에 걸쳐 한 생명을 돌보고는 있으니. 젊은 시절은 열매를 맺는 시기가 아니라,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히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지나치게 조급하고, 영특하면서, 거만한 사람들을 경계한다. 조급함은 늘 해롭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신령하고 총명합니다. 그 사람이 별안간 으쓱해져서 '나는 이미 알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모르는 군'이라고 자만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 양 여기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줄 모르게 되고, 공부에 힘쓸 줄 모르게 되지요. 이런 사람이 바로 명도 선생이 말씀하신 바 "경솔하게 자기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다가 끝내 아무런 성과도 없는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퇴계 이황)



마지막,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대화할 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함께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느낌. 대화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일방적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느낌. 그런 사람들이 있다. 대화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이다. 앞선 특징과 다르게, 이것은 꽤 직관적인 영역이다. 감성지능(EQ)을 만든 다니엘 골먼은 공감 능력은 자기 인식 능력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즉,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항상 산만하다. 


공감은 주의력에 달려있다. 상대의 느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정, 목소리 그리고 감정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을 우리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을 위해서는 먼저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포커스, 다니엘 골먼) 


상대방의 말에 귀를 여는 것, 그가 하려는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이것은 꽤 고도의 주의력을 요하는 일이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대화할 때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면,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인지 강한 의심이 든다면 잠깐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앞으로 서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한 뒤,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직관만으로 관계를 결정하는 것도 경솔하지만, 직관 없이 판단하는 것도 어리석은 행위다. 때로는 몸이 나에게 말을 걸 때가 있다. 그때, 온 주의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   


공감을 위해서는 먼저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다니엘 골먼.


내가 가장 경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지금까지 글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 불편한 마음이 올라오는가? 하지만 나는 당신을 염두하고 쓴 글이 아니다. 이 글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의 나'다. 나는 나를 경계하고자 이 글을 썼다. 내 안에, 내가 말한 5가지의 특징이 (정도의 차이는 차치하고) 모두 들어있음을 본다. 그리고 내가 반응했던 사람들에게도. 한때 이런 생각도 해봤다. “그들을 만나지 않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부질없는 질문이다. 내 인생의 관계 사고는 온전히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내재되어 있던 에고와 자만심, 허영심이 함께 만들어낸 쌍방과실이다. 그들을 나를 통해, 나는 그들을 통해 서로 원하는 바를 실현시키고자 애썼을 뿐이다. 후회하거나, 아쉬워할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 이 리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나를 경계할 것이다. 깨어있고자 노력할 것이며, 솔직한 피드백을 요청할 것이다. 내 삶을 드러내고, 과장하려는 마음을 알아챌 것이다. 조급함을 덜어 삶의 경험으로 채우고, 더 공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글은 모두 나 자신을 위한 ‘알람’이다. 지난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해 왔다면, 앞으로는 나아질 수 있겠지. 그런 희망을 품어본다. 


첫 번째 원칙은 절대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은 속여먹기 가장 쉬운 상대이다. 리처드 파인만.



PS: 제 블로그 글을 일부 수정하여 업로드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