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2018년까지 읽은 책들
2009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었고, 이제 딱 10년이 되었다. 대학교 시절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자책감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10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10년 간 읽은 책에 대해서 Data를 기반으로 담담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 사실 그 자체, 즉 권수가 중요했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지표다. 읽은 책을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쌓이는 숫자 만큼 자신감도 쌓인다.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에 좋다. 하지만, 그렇게 읽다 보면 ‘질’에 대한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내가 과연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나도 최초 5년 동안은 100권을 채우려고 애썼다.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목표였고,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2015년부턴 목표를 달라졌다. 한해 목표를 50권으로 줄였다. 그 대신 양질의 책을 읽고 더 많은 글을 쓰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습관이 되고 나면 줄이는 것도 쉽지 않더라.) 이처럼 읽은 권수는 상황에 따라서 중요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지금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지표가 되었다. 습관적으로 기록만 하고 있다.
총 801권 (1년 평균 80권. 1주 평균 1.5권)
2009년 60권 (처음으로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책 읽기에 시동을 건 해다.)
2010년 96권
2011년 105권 (처음으로 100권을 넘겨봤다. 별 의미없는 기록이다.)
2012년 69권
2013년 91권
2014년 95권
2015년 76권 (이때부터 권수 목표를 줄였다. 글쓰기를 늘려가기 시작한 시점이다.)
2016년 67권
2017년 63권
2018년 80권
안타깝게도 이 데이터는 다 정리되지 못했다. 과거에는 책 제목만 기록했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최근 3년 간의 자료를 정리해 본 결과, 상위 10개의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경영, 리더십, HR, 소설, 자기계발, 역사, 철학, 코칭, 교육, 육아
더 상세하게 나눌 수도 있지만, 일단 이 정도로 구분하고자 한다. 1등은 경영 서적으로 26%에 달한다. 최근에는 거의 30%에 육박할 만큼 높은 비중이다. 개인적으로 경영학 그 자체가 참 재미있다. 그다음에는 놀랍게도 리더십으로 11.5%다. 특히 2018년에 많이 읽어서 높아 것으로 보인다. 문학도 10% 정도 되는데, 최근 2년 동안은 5%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시리즈물도 많이 읽었는데 안타깝다.
인문학, 특히 역사와 철학도 각각 5% 정도 된다. 과거에는 훨씬 더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자기 계발은 꾸준하다. 매년 8%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육아와 코칭, 교육 분야도 여전히 관심있다. 결굴, 내가 읽는 책이 나를 잘 나타내고,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도 전문 분야에 대한 독서는 강화하면서도, 다양한 영역에 대한 관심은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경영학: 26% (매년 비슷한 비중이다. 늘 많이 읽는다.)
리더십: 11.5%
HR: 10.5%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욱 늘려갈 예정이다.)
소설(문학): 10%
자기계발: 8%
역사: 5.5% (인문학은 늘 꾸준하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다.)
철학: 5%
코칭: 4%
육아: 4%
교육: 3% (한때 20%에 육박했었는데, 최근에는 비중이 많이 줄었다. 여전히 좋아하지만)
서양 52% 국내 36.3% 동양 11.6%
국내에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저자들이 많지만, 책 구입 시 국내 저자의 책을 아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몇번 실망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해외 저자의 책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정리해보니 국내 책의 비중은 36.3%이다. 주로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 책이나, 국내 상황에 맞는 직무 서적을 볼 때 도움을 받는다. 단순 편집이나 기획으로 승부하는 책이 아니라, Originality가 높은 책은 여전히 좋아한다.
동양은 11.6%로 주로 일본 서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소설과 일본 경제/경영 서적을 재미있게 본다. 가장 높은 비중은 서양인데, 사실상 미국이다. 절반 이상인 52%에 달한다. ‘스위치’를 비롯한 자기 계발 서적부터 ‘이너 게임’을 비롯한 코칭, ‘굿 투 그레잇’을 비롯한 경영 서적까지. 내가 좋아하고 반복해서 보는 책들은 대부분 역서다. 사실 동양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고전도 꽤 있는 편이지만,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리고 참, 앞으로는 원서 읽기에도 도전하고 싶다.
나는 원래 종이책 빠돌이다.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형광펜으로 줄을 치는 맛을 끊을 수 없다. 종이책 읽기만이 진정한 독서라 생각했다 그래서 전자책을 접한지는 꽤 되었지만, 한참을 읽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그 이후로 비율을 정리해보니 딱 파레토 법칙이 나왔다.
전자책 20% 종이책 80%
생각보다 전자책 비중도 높다. 처음에는 반감도 있었지만, 결국 세상은 전자책으로 흘러가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지만, 장서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인문 고전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그걸 다 구입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수 천권의 책을 하나의 미디어로 저장하고, 볼 수 있다는 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 휴대성도 그렇고, 전자책으로 읽는 경험도 종이책 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책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보통 추천 책을 적게 되기 마련인데 이런 식으로 글을 써보는 것도 색다른 시도였다. 앞으로는 3년에 1번 정도, 이런 식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가 읽는 책을 통해,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글을 읽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간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