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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Feb 10. 2019

월간 성찰 2019년 1월호

경험하고, 만나고, 배운 것들

[월간 성찰] 1월호 발간에 앞서  

황금 돼지해 2019년, 첫 번째 성찰이 많이 늦었다. 우선 가볍게 시작해보자.  




지난 달, 의미 있었던 사건들 


1. 브런치 북 프로젝트  

살면서 가끔, 이상한 목표에 꽂히곤 한다. 이번 브런치 북 프로젝트가 그랬다. 지금까지의 생각과 기록을 정리하고, 앞으로 조금 다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정리할까 하다가 우연히 <브런치 북 프로젝트>를 보게 되었다. 15편의 글을 제출하면 된다고 해서, 지금까지 글들 중에서 몇 가지를 추리고 편집해서 올렸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 12월 말부턴 일 끝나고 와서 매일 1-2시간씩 작업했다. 가끔 내가 왜 이러고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다 올리고 나니 스스로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게 그리 중요하진 않았다. 마음의 부채를 덜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 성미산 어린이집 이야기  

우리 가족은 공동 육아 방식의 성미산 어린이집에 다닌다.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교사회와 운영이 분리되었을 뿐이다. 교사회는 원장 선생님이 이끌어가고, 그 외 다양한 어린이집의 기능들 (재무, 시설 관리, 운영, 행사 기획 등)을 부모들이 '소위'라는 개념으로 나눠 갖는다. 다만, 한 가지 의무 사항이 있는데 최소 1년은 소위 내 이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올해 1년 동안 교육 이사를 맡게 되었다.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3. 사내 리더십 프로그램  

지난 2개월에 걸쳐서 팀 리더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과 관리와 인사 관리의 핵심은 리더십에 있다고 보는데, 그것을 함께 이야기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물론 리더십이라는 것이 몇 번의 수업으로 달라지긴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중요성을 강조하고, 스스로를 인식하도록 돕고,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선 이후에 좀 더 긴 글을 써봐야겠다. 의미있었다. :) 



지난 달, 기억에 남는 배움과 만남


1. 새해 목표 설계 Design 2019   

작년처럼 올해도 참석했다. 단순히 1월 1일이 되어야 한 해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과 목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한 해가 시작됨을 느낀다. 올해 내가 집중할 한 단어는 ‘Encourage’다. 작년에는 나의 변화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타인의 변화에 기여해보는 것이 나의 목표다. 그리고 워크샵 중 "나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다가 아래의 3 문장을 추렸는데, 마음에 든다. 나를 잘 표현하는 아니, 내가 앞으로 삶을 통해 잘 표현해내고 싶은 문장이다. 이렇게만 살자.  


나는 지혜로서 타인의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입니다.    

나는 자유롭고 깨어있는 영혼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잘 키워낸 부모입니다. 



2. 조직 설계 스터디  

새로운 HR 스터디 모임이 시작되었다. 어댑티브 리더십이 끝나자마자 시작되는 바람에 계속해서 바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배우는 건 즐겁고 감사한 일이다. 더 열심히 배우자.  


3. 우리 회사 인턴과의 대화 

최근에 만났던 대화 중에선 가장 강렬한 경험이 있었다. 바로 우리 회사 00년생 인턴과의 만남이었는데, 워낙 기억에 남아서 따로 정리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페북에 올렸던 내용인데, 브런치에도 옮겨보도록 한다. 이런 사례가 더욱 많아지길. 



제목: 00년생이 온다.

최근 우리 회사에 거울방학 인턴으로 00년생이 들어왔다. 마이스터고에 다니는 고2학생이다. 내가 01학번이었으니,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더라. 업무 상 90년생은 많이 만나봤으나 00년생과의 대화는 처음이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성장과정 
프로그래밍을 배운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꽤나 까다롭다는 우리 회사 개발자 면접을 패스한 것을 보면, 실력은 담보할 만하다. 이전에 벌써 파이콘에서 발표도 한 경험이 있다. 왜 개발을 시작했는지 물어보니, 학교에 와서 배워보니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 전에 뭘 했는지 물어보니 책만 읽었다고 한다. 초등-중학교 내내 책만 읽었는데 그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더 깊이 물어봤다.

초등학교
부모님이 역사 선생님이다. 어릴 적 기억에 남는 건, 늘 토론을 했다고. 시장을 갈 때나 집에서나 늘 역사와 관련해서 질문 받고 토론 했다고 한다. 일단 이쯤에서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인문고전 셋트(50권)를 사서 책장에 두었는데 그런데 그게 ‘아동용’이 아니라 어른들 책을 그냥 꼽아둔 것이다. 대략 물어보니 공자(논어)부터 니체, 존 스튜어트 밀, 헤겔까지. 대부분의 인문 고전을 초등학교 때 읽었다.

잠깐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유론 읽었던 이야기 하다가, 어려웠던 책으로 헤겔의 역사철학강의나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를 말하더라. 이해했는지 물어보니 그들이 이런 생각을 했구나 정도 받아들였다고. 캬. 어릴 적에 난이도 높은 책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 사례를 보니 넘 반가웠다.

중학교
이쯤부턴 나도 엄청나게 빨려 들어갔다. 그 친구가 경험한 것이 내가 원하는 교육 방식이었기에. 중학교 시절에는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싶어서 수학책에 빠졌다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개임은 안 했냐고 물어보니 그때까지도 없었다고. 나중에 통화만 되는 걸로 샀다고 한다. 책만 보기보단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그땐 이미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안 이후라 잴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게임도 해본적이 없다고 (온갖 게임으로 물든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ㅠ)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다가 고등학교로 가서 프로그레밍을 배운다. 참고로, 티비는 안 봤냐고 물으니 가끔 보긴 하는데 부모님이 뉴스랑 다큐만 보셔서 본인도 그것만 봤다고 한다 결국 부모의 본이 육아의 전부란 생각을 다시금 확신하게 된다.

고등학교
입학 후 프로그레밍을 배우는데 굉장히 적극적으로 학습했다. 서울에 자주 올라오며 개발 컨퍼런스를 찾아다니고 뛰어난 개발자들과 교류하고, 읽는 건 주로 대학교 서적이나 논문이다. (초등 - 인문 전반/ 중등 - 관심 주제/ 고등 - 심화 주제로 넘어온다) 아, 코세라도 본다. (한국 고등학생 입에서 코세라가 나오는 순간. 아. 정말 작은 희망을 본 것 같았다.) 참고로 이 모든 걸 주위 지원 없이 혼자 한다.

내가 보기엔 왠만한 대학생은 씹어먹는다. 사고 체계나 배경 지식이 뛰어나다. 프로그래밍 2년 했다고 하지만 사실 초등학교부터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본인도 말한다. 이미 컴퓨터사고 능력은 갖추고 있었고, 고등학교 와서 언어를 배운 것일 뿐이라고. 그게 코딩 교육의 본질이다!!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번 감동했다. 나만 알고 있기가 싫었다. 왜 우리나라 교육 체계가 실패했는지, 코딩 교육이 개판인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학습의 본질은 자유롭게 지식을 쌓고 교류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의 흥미를 따라갈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두어야 한다.

마무리 
중학교 시절, 학교 신경쓰지 않고 책만 봐도 지지해 주셨고, 마이스터고 입학 후 알아서 공부하도록 스스로 길을 선택하도록 내버려둔 부모님께 나 대신 감사함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많이 생각났다. 흑 ㅠ

국내 대학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흥미를 잃지 말고 잘 살아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했다. 졸업 후 우리 회사로 와달라는 사소한 부탁과 함께. ㅋㅋ 이런 사례들을 신기해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음 좋겠다. 이것이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삶을 살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참고로 대화 내용을 SNS에 올리는 것에 대해선 그 친구의 동의를 받았음을 알린다.

00년생이 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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