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없다.

현재는 없고 과거와 미래만 있는 게 아닐까?

by 심횬



오랜만에 미술관을 찾았다.

공적인 일정이었지만 그 시간 안에서 나름대로의 사적인 즐거움을 찾으며 작품들과 만났다.


‘24시간은 늘 살아 쉼 쉰다.’라는 미디어아트 작품 앞에서 24시간이라는 시간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아주 작은 시간 안에 머무르는 우리에게

현재가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1초, 1분, 10분, 계속해서 앞으로만 전진한다.

현재를 아주 작은 시간으로 바라본다면 ‘멈춤’ 이 없으니,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자정이 넘어 잠을 자기 위해 누웠지만 유난히 말똥 말똥한 날이 있다. 그런 날에 들리는 벽시계의 째깍째깍

소리가 그것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현재는 없어”, “현재는 없어”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만화영화가 있다.

주인공 폴은 삐삐, 찌찌와 4차원 세계의 대마왕에게 갇혀있는 니나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그리고 부러웠던 것이 위기의 순간에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었다.


만화에서처럼 시간을 멈추어버릴 수 있다면 그것이

‘현재’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와 미래의 있는 듯 없는 듯한 경계, 찰나의 순간이 현재라고 한다면 그 존재감은 너무나도 연약해서

현재가 안쓰러워진다.


그 생각이 계속 맴도니, 안쓰러운 현재를 뒤로하고

과거와 미래만이 존재함이 합리적인 것 같다.

현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내 삶을 바라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자동차는 앞으로 굴러간다.

말을 내뱉는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책장을 넘긴다.

머리카락이 자란다.

잎이 자란다.


세상에 멈춰 있는 건 없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빛나는 내 미래를

위함이었고, 허우적대며 아등바등 달렸던 이유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함이었다.


과거를 잘 밟고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있는 거다.


미술관 작품 앞에서 스쳐 지나가려던 생각의 바람을

가두어 들여다보니, 째깍째깍 지나가는 한순간의

작은 조각도 소중해진다.

모든 순간이 미래라고 생각하니, 바로 코앞의 내 미래도 잘 보듬어 주고 싶어 진다.


현재를 없애니, 이상하게 마음에 힘이 담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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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사진에 담으니, 더 이상 안쓰럽지 않다.

그래서 사진을 남기는게 아닐까?



사진은 현재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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